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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마' 방효린, 신주애와 물아일체(物我一體)된 시간들 [인터뷰]
작성 : 2025년 08월 29일(금) 15:03

애마 방효린 / 사진=넷플릭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촬영을 준비하고 진행하는 7~8개월 동안은 정말 주애로만 살았어요. 승마, 탭댄스, 헬스 세 가지에만 몰두했고, '애마'와 관련이 없는 사람들은 아예 안 만났죠.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그렇게 되더라고요."

배우 방효린에게 '애마'는 인생의 터닝 포인트였다. '준비된 자'였던 그는 자신에게 찾아온 천금 같은 기회를 잡으며 인물에 녹아들었고, 눈부신 도약에 성공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마'(극본·연출 이해영)는 1980년대 한국을 강타한 에로영화의 탄생 과정 속, 화려한 스포트라이트에 가려진 어두운 현실에 용감하게 맞짱 뜨는 톱스타 정희란(이하늬)과 신인 배우 신주애(방효린)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방효린은 극 중 나이트클럽 탭댄서로 생계를 유지하던 배우지망생에서 화제작 '애마부인'의 주연으로 발탁되는 주애 역을 맡았다. 그는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밀리지 않는 기세와 당당함을 보여주며 전 세계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먼저 방효린은 "2년 전에 촬영했던 작품이 세상에 나오고, 사람들에게 보여줄 수 있게 돼 기쁘고 설렌다"는 소감을 밝혔다. 3차에 걸친 오디션을 거쳐 주애 역에 낙점됐다는 그는 "처음엔 영상을 찍어서 보냈고, 다음엔 감독님을 만나 뵀다. 마지막엔 조감독님까지 셋이서 만남을 가졌고, 1화부터 6화까지의 대본을 다 받아 거의 모든 대사를 읽어봤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독님께서 '내가 쓴 대본을 이렇게 연기해줘서 고맙다'고 말씀하셨다. 오디션의 당락과 관계없이 그런 말을 듣게 돼서 정말 기뻤다. 떨어져도 행복할 것 같았다"며 "첫 만남 당시 제게 '이게 영화지'라고도 하셨다. 정말 저희의 만남이 영화 같았다. 믿음을 주시니 잘해야겠다,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전했다.

작품의 내용을 모르던 방효린에게 '애마'라는 제목은 무수한 상상력을 자극했다. 그는 "어떤 내용일지 궁금했다. 영화 '애마부인'이 떠오르기도 했고, '말(馬)에 관한 이야기인가' '아니면 차(車)에 관한 이야기인가' 싶더라. 대본을 읽고 나서야 내용을 알았다"며 "주애라는 캐릭터가 신인 배우 역할이라 나와 상황도 비슷했다. 이 역을 정말 하고 싶다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긴 호흡으로 연기하는 게 처음이었고,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승마와 탭댄스도 해야 했다. 내겐 큰 도전이었다. 잘할 수 있을까 했지만 막상 해보니 정말 재밌고 즐거웠다"며 "오히려 촬영 당시보다 직전이 더 힘들었다. 준비할 것들이 굉장히 많았기 때문이다. 스케줄이 일주일 내내 아침부터 밤까지 짜여져 있었다"고 말했다.

또한 "체중 증량이 필요해 헬스장에서 운동도 많이 했다. 감독님께서 옛날의 분위기를 담기 위해 '요즘 사람 같지 않은 느낌이 났으면 한다'고 요청하셔서 증량을 하게 됐다"며 "'눈바디'(눈으로 보는 인바디)에 중점을 두며 살을 찌웠다. 원래도 안 찌는 체질은 아니다. 먹는 걸 되게 좋아해서 마음껏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신이 났다"고 웃어 보였다.

애마 방효린 / 사진=넷플릭스


신예 방효린에게 에로영화 주인공 역은 결코 쉽지 않았을 것이다. 그는 '애마' 속 노출 장면에 대해 "처음엔 걱정했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이어 "감독님과 정말 세세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콘티 전체를 보여주시면서 어떤 샷으로 어디까지 찍을 건지 등을 다 말씀해 주셨다. 장면을 머릿속에 정확히 인지하고 촬영에 임했다. 그랬더니 크게 어려운 건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감독님의 작업 스타일이 굉장히 디테일하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감독님의 손이 안 닿은 곳이 단 한 군데도 없었다. 눈썹 한 올까지도 캐치하며 '여기 한 가닥 뽑으면 좋겠다'고 하시더라"면서 "배우들의 이야기를 담은 내용이다 보니 다양한 화장과 헤어스타일이 나오지 않나. 섀도와 립 색깔 등도 직접 다 정해주셨다. 하나하나 같이 발라 보고 결정해 나갔다"고 전했다.

또 "감독님께서 내가 못 보는 지점까지 다 보고 계신다는 게 느껴져서 오히려 편했다. 무작정 디테일하다면 과부하가 걸릴 수도 있고, '이런 것까지?'라고 할 수도 있을 텐데 정말 다 이유가 있으셔서 함께 정해나가는 과정이 재밌었다"고 덧붙였다.

쟁쟁한 선배들 사이에서 주애를 연기하며 어려운 점은 없었을까. 방효린은 "촬영 현장이 긴장하게 되는 공간이 아니라 편안했다. 다 같이 가족 같은 느낌이었다"며 "뭔가 더하거나 꾸미려고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캐릭터에 충실하게 연기하려 노력했다. 나도 주애처럼 용기 있고 단단한, 신념이 뚜렷한 사람이 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도 따라왔다"고 밝혔다.

그에게 '애마' 촬영장은 부담보단 편안함이 가득한 공간이었다고 했다. "선배들의 아우라가 대단하면서도 다들 정말 따뜻하셨다. 컷하면 서로 응원해 주시고, 싸우는 장면이 끝나면 안아주시면서 괜찮냐고 물어봐 주셨다"는 방효린의 이야기는 훈훈함을 자아냈다.

특히 작중 대립하는 사이에서 연대하는 사이로 나아가는 이하늬와의 관계가 각별했을 터. 방효린은 "이하늬 선배에겐 촬영장에서 만난 배우 그 이상의 감정을 느꼈다. 삶 전체를 챙겨주셨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연기적인 것뿐 아니라 제게 필요해 보이는 모든 것들을 다 해주셨다"며 "덕분에 해낼 수 있었다. 희란과 주애가 풀밭에 누운 장면에서 희란이 '너로서 살아'라는 대사를 하는데, 선배가 평소에 제게 해주시던 말과 비슷했다"고 떠올렸다.

애마 방효린 / 사진=넷플릭스


1995년생 방효린은 올해 30세를 맞은 배우다. 세종대학교 영화예술학과에 진학해 처음으로 연기를 접했고, 다수의 단편영화에 출연하며 본격적으로 배우의 꿈을 꾸게 됐다. 2023년 독립영화 '지옥만세'를 통해 정식으로 데뷔한 그는 신비로운 마스크를 가진, '아는 사람은 아는' 기대주였다.

방효린은 "감독님들께 '얼굴이 오묘하다' '신비하다' 등의 말을 많이 들어봤다. 그런 느낌이 어디에서 나오는지는 모르겠지만…좋은 말인 것 같다"며 수줍게 이야기했다. 아울러 "사진 찍히는 걸 좋아해서 각도에 따라 얼굴이 꽤나 다르다는 건 알고 있었다. 스스로도 이 부분이 장점이라고 생각했는데, '애마'에 그런 것들이 잘 나와서 기뻤다"고 언급했다.

'애마' 속 주애의 당찬 모습과는 다르게, 실제로 만난 방효린은 매우 내향적이었다. 그는 "저와 조현철 선배가 다 조용한 편이라 진선규 선배가 홍보 현장에서 많이 애쓰셨다. 너무 죄송했다. 요즘 들어 성격이 좀 활발했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넷플릭스 홍보 콘텐츠에도 현철 선배와 둘이 출연했는데, MC인 김풍 작가님께서 저희를 많이 이끌어 주셨다. 죄송하기도, 감사하기도 했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첫 상업작인 '애마'는 방효린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그는 "대사가 가진 힘 때문에 작품이 남다르게 다가왔다. 명대사가 정말 많지 않나. 촬영을 마치고 나면 그 대사가 끝이 나는 게, 지워져 버리는 게 너무 싫어서 울기도 했다"며 역할에 녹아들었던 지난날을 회상했다.

끝으로 그는 '애마'가 앞으로의 삶에 미칠 영향을 언급하며 인터뷰를 마쳤다. "지금도 길을 걷다가도, 쉬다가도, 다른 촬영을 하다가도 '애마' 속 대사들이 계속해서 떠오른다. 힘들 때 정말 많은 위로가 됐다. 앞으로도 연기를 하면서 '애마' 대사들과 주애, 희란 등 등장인물들이 큰 힘이 될 것 같다."

[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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