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다큐멘터리 3일 특별판' 2015년 8월 15일 안동역에서의 약속이 10년 후 성사됐다.
22일 방송된 KBS2 '다큐멘터리 3일 특별판-어바웃타임 : 10년 전으로의 여행 72시간'(이하 '다큐 3일')에서는 10년 전 안동역에서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떠난 이지원 촬영감독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다큐멘터리 3일 특별판 / 사진=KBS2 캡처
이 감독은 본격적인 여정에 앞서 다양한 시민들과 만남을 가졌다. 서울역에서는 여행 직전 기차를 기다리는 대학생들의 사연을 들었고, 커피를 마시는 모임에 참여하는 이들과 '안동역 재회'에 관해 얘기하기도 했다. '안동역 약속'이 온라인에서 유명세를 타며 많은 사람들이 이를 알고 있었다.
이 감독은 이곳에서 "인스타그램 계정을 만들고 처음으로 올렸던 글이 안동역에서 한 약속이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모임에 참석한 한 참가자는 "리얼리티라는 취지에 최선을 다하시는 것 같다. 너무 멋지다. 누구나 그런 낭만을 가지고 있는데 '다큐 3일'이 그걸 건드린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감독은 역에서 기타를 멘 채 열차를 기다리는 한 초등교사와도 조우했다. 교사는 "인터넷으로 봤다. 안동으로 재회하러 가신다고. 그분(여대생)도 댓글을 다셨던데 꼭 만나셨으면 좋겠다"고 응원을 건넨 뒤 열차를 타러 달려갔다.
이 감독은 안동으로 가기 전 대전에 들러 10년 전 여수엑스포역 '내일로 스타' 무대에 올라 멜로디언을 불던 청년을 다시 만났다. 앞서 이 청년은 화제가 된 '다큐 3일' 영상에 "이때 멜로디언을 불던 청년이다. 같이 음악을 하던 친구들은 아직도 열심히 하고 있고, 저는 다른 길로 오게 됐지만 여전히 이 시절을 생각하면 설렌다"는 댓글을 남긴 바 있다.
그는 학업에 열중해 한남대학교 빅데이터응용학과 교수가 됐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좀 나이가 들어보여야 신뢰를 줄 수 있어 헤어스타일도 바꾸고, 정장도 입고 다녔지만 쉽지 않았다"고 웃어보였다.
다큐멘터리 3일 특별판 / 사진=KBS2 캡처
이내 제작진은 경북 안동시에 위치한 중앙선1942안동역(구 안동역)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이곳은 10년의 세월이 흐르며 폐역이 돼 철로의 철근도 모두 제거된 상태였다. 현재는 시민들이 이용하는 문화시설로 변모했다.
안동 소재 한국정신문화재단의 한 직원은 "저뿐만 아니라 저희 직원들도 모두 만났으면 좋겠다고 했다. 작은 기적 같았다. 보통 큰 기적이라 하면 2002 한일 월드컵 같은 걸 떠올리지 않나. 이런 작은 기적도 이뤄져야 다른 기적들도 이뤄지지 않을까 싶다"며 '안동역 재회'에 대한 진심을 내비쳤다.
그러나 촬영 당일 아침, 10년 전 만난 여대생을 기다리던 제작진들은 경찰에게 연락을 받았다. "폭발물을 설치했다는 신고가 들어와 대피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결국 '안동역 재회'는 갑작스러운 상황에 흐지부지되는 듯했다.
다큐멘터리 3일 특별판 / 사진=KBS2 캡처
하지만 2025년 8월 15일 오전 7시 48분 정각, 한 여성이 제작진에게 다가왔고 자신을 약속 당사자라고 밝혔다. 제작진은 "본인의 요청에 따라 카메라 전원을 모두 껐다"고 설명했다.
만남을 마친 여성과 이 촬영감독은 역에서 함께 인증샷을 남기기도 했다. 이후 여성은 "작고 사소한 약속이 이렇게 큰 관심을 받을 줄 몰랐다"며 "내일로를 함께한 해연이, 10년이란 시간을 무탈히 건너 자리에 나와주신 감독님, 기대하고 응원해 준 분들께 모두 감사드린다"는 메시지를 보내왔다.
이날 약속 장소에 오지 못한 다른 여성은 하루 전 "해외에서 생활하며 일로 바빠 한국에 나가지 못했다"며 사정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10년 전 약속을 지키지 못하게 돼 죄송하다"면서도 "그때의 소중한 기억은 늘 마음에 간직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큐멘터리 3일 특별판 / 사진=KBS2 캡처
재회를 이룬 이 촬영감독은 "첫마디는 '잘 살았어요? 잘 살아줘서 기뻐요'였다. 너무 대국민 약속이 돼버려 고민했는데 그 친구도 '약속이니까, 약속을 지키기 위해 나왔다'고 하더라. 계속 기억하고 있었고, 가면 갈수록 약속의 무게가 더 무거워졌다고 했다"며 "그 친구나 저나 비슷한 감정을 느꼈구나 싶었다. 스스로 낭만을 지켰으니 뿌듯하지 않을까? 너무나 좋다"고 기쁨을 드러냈다.
방송 말미에는 10년 전 '내일로 특집' 방송 당시 카메라에 담겼던 이들의 근황도 함께 공개됐다. 열차 안에서 만두를 나눠주던 여성은 웹툰 작가가 돼 만화를 그리고 있었다. 삼각대를 놓고 내려 서둘러 돌아갔던 두 여학생은 유치원 교사가 된 후 여전한 우정을 자랑했다. 전국을 떠돌던 청년 밴드 남학생 네 명은 훌쩍 자라 '밴드 오빠딸'이라는 이름으로 곡 '살랑살랑'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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