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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안컵 결산⑥]수비 악몽 지운 '히든플레이어' 곽태휘·김진수
작성 : 2015년 02월 02일(월) 00:11

곽태휘

[스포츠투데이 오대진 기자]한국이 27년 만에 아시안컵 준우승을 차지했다. 차두리(35·FC서울), 손흥민(23·레버쿠젠), 기성용(26·스완지시티) 등 팬과 언론의 집중관심을 받은 선수들의 활약도 눈부셨지만, 곽태휘(34·알 힐랄)와 김진수(23·호펜하임) 등 묵묵하게 자기 역할을 해낸 선수들의 활약 역시 못지않았다.

한국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오후 6시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아시안컵 호주와의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1-2로 패하며 1988년 카타르 대회 이후 27년 만에 아시안컵 준우승을 거머쥐었다.

결승전까지 매 경기 '투혼'을 발휘하며 축구팬들에게 기쁨을 선사한 '태극전사들'. 그 중에서도 묵묵히 자신의 역할을 해내며 한국의 준우승을 이끈 히든플레이어 곽태휘와 김진수의 활약상을 재조명 해본다.

▲ '베테랑의 품격' 곽태휘
곽태휘(34)는 차두리(35)와 함께 '베테랑의 품격'을 보여줬다. 지난 브라질월드컵 이후 대표팀의 최대과제는 중앙수비수였다. 그러나 이번 대회에서 한국 수비는 달라졌다.

한국은 조별리그 2차전까지 잦은 수비 실수를 범하며 불안한 모습을 보였지만, 곽태휘가 중앙수비수로 출전한 조별리그 3차전 이후 한결 안정감있는 경기력을 선보였다. 준결승까지 5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한 한국의 수비 뒤에는 곽태휘가 있었다.

호주와의 결승전에서도 곽태휘의 활약은 유독 눈에 띄었다. 김영권과 함께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한 곽태휘는, 후반 42분 이정협과 김주영의 교체 이후 공격수로 변신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공격수 이정협을 중앙수비수 김주영으로 교체하며, 기존에 중앙수비수로 나섰던 곽태휘를 최전방으로 올렸다. 연장전을 대비한 슈틸리케 감독의 파격적인 기용이었다.

최전방 공격수로 변신한 곽태휘는 190㎝에 육박하는 호주 수비수들을 상대로 제공권을 다투고 몸싸움을 마다하지 않으며 분전했다. 측면의 손흥민과 기성용, 이근호에게 연이어 찬스를 만들어줬다. 손흥민의 후반 추가시간 동점골은 곽태휘의 머리에서부터 출발했다.

곽태휘는 결승전 후 최전방 공격수 변신을 직접 요청했다고 말했다. 그는 "85분이 지났을 때 우리가 지고 있었다. (김)주영이가 교체로 들어왔고, 제공권이나 그런 것을 생각해서 내가 요청했다. 지지 않기 위해서 뭐라도 해야 하는 순간이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결승전 패배에 대한 아쉬움도 전했다. 곽태휘는 "준비를 잘 했고, 이기려고 나왔다. 경기도 잘했고, 끝까지 선수들이 투혼을 보여줬는데 결과가 좋지 않았다"고 아쉬워했지만, "그래도 우리가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이번 대회에서 자신감을 얻어 간다는 게 성과"라고 담담하게 말했다.

1일 아시아축구연맹은 아시안컵 드림팀을 발표했다. 곽태휘의 이름도 볼 수 있었다. 곽태휘는 기성용·손흥민·차두리와 함께 드림팀 명단에 이름을 올리며 활약을 인정받았다.

김진수(23·호펜하임)가 1일(한국시간) 오후 5시40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 대표팀 환영식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방규현 기자


▲ 김진수, 레전드 풀백으로!
울리 슈틸리케 감독(61)에게 눈도장을 확실하게 받은 김진수는 이번 대회 조별리그 3경기와 8강, 준결승, 결승까지 모든 경기에 왼쪽 풀백으로 선발 출전하며 한국 축구 부동의 왼쪽 풀백으로 자리잡았다.

파괴력과 안정감을 동시에 선보인 그의 플레이에서는 '레전드' 이영표의 이름까지 떠올릴 수 있었다.

그러나 '옥에 티'도 있었다. 호주와의 결승전 연장전, 김진수는 상대 선수를 제대로 커버하지 못하며 실점의 빌미를 제공했다. 첫 메이저대회를 치른 '신예'의 '할 수 있는' 실수였다.

1일 인천국제공항에서 진행된 축구대표팀 환영식에 참석한 김진수는 '한 차례 실수'가 마음에 걸리는 모습이었다. "여러가지로 많이 배운 것도 있지만, 얼마나 부족한 지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좋은 경험을 한 것 같다"고 아시안컵 소감을 전한 김진수는 이어 실점 상황을 언급하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그는 "실점을 하는데 있어서 제가 가장 큰 실책을 했다"며 "그 상황에서 판단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는 것은 뒤늦게 깨달았다. 경기 후 결승 경기를 수십, 수백 번 돌려봤다. 제 플레이가 아쉬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내 신예다운 패기를 보이며 밝게 웃어보였다. 김진수는 "이번 아시안컵이 제 첫 번째 메이저대회였다. 실수로 실망감도 많이 드렸다. 독일로 돌아가 더욱 열심히 해 팬들께 기쁨을 드리고 싶다. (손)흥민이 만큼 열심히 하고, 잘 해서 팀에서도 입지를 확실히 굳히겠다"고 의지를 다졌다.

한 차례 실수도 있었지만, 김진수가 이번 대회에서 선보인 경기력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전 경기 풀타임을 소화한 김진수는 엄청난 체력과 움직임으로 그라운드를 누볐다.

빠른 스피드로 상대 공격수를 압도하는가 하면, 적극적인 오버래핑과 크로스로 공격에서도 제 역할을 다했다. 특히 코너킥과 프리킥을 도맡아 찰 정도로 정확한 '황금 왼발'은 그의 가장 큰 장점이다.

KBS 이영표 해설위원은 김진수의 플레이를 보고 "현역시절 나보다 낫다"고 칭찬했다. '제 2의 이영표' 김진수가 이제 막 '레전드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오대진 기자 saramadj@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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