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암=스포츠투데이 신서영 기자] 손흥민이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토트넘 홋스퍼는 3일 오후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에서 뉴캐슬 유나이티드와 1-1로 비겼다.
이날 경기는 한국을 넘어 세계 축구 팬들에게 더욱 의미가 깊었다. 캡틴 손흥민의 고별전이 유력한 경기였기 때문이다.
손흥민은 전날(2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TWO IFC에서 열린 2025 쿠팡플레이 시리즈 2경기 기자회견에 참석해 "올 여름 토트넘을 떠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날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손흥민은 후반 20분 모하메드 쿠두스와 교체될 때까지 약 65분간 그라운드를 누볐다. 이후 손흥민은 후반 20분 쿠두스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교체 사인이 뜨는 순간 이브 비수마를 시작으로 그라운드에 있던 모든 토트넘 선수들이 손흥민에게 다가가 작별 인사를 전했다. 조엘링톤을 비롯한 뉴캐슬 선수들도 손흥민에게 다가가 인사를 했다.
관중석에서는 6만 관중이 일어나 박수를 보내며 "손흥민"을 외쳤다. 토트넘 벤치에 있던 코칭스태프와 선수들도 모두 일어나 박수를 쳤다. 손흥민은 모든 선수, 코칭스태프와 포옹했고 어느새 눈시울도 붉어졌다.
경기가 재개된 이후 손흥민은 벤치에 앉아 감정이 북받친 듯 눈물을 흘렸다. 이 모습이 전광판에 비춰지자 다시 한 번 관중석에서는 "손흥민" 콜이 나왔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손흥민은 "처음엔 안 울 줄 알았는데 감정이 올라왔다. 동료들 또 상대팀 선수들 덕분에 오늘 정말 잊지 못할 하루를 보냈다. 오늘 너무 기분이 좋아서 잠을 못 잘 것 같다"며 "(팬들에게) 감사하다. 대체 어떤 복을 받아서 이런 선수로 성장했고 이런 많은 사랑을 받는 선수로 또 자리매김했는지 모르겠다. 팬분들 덕분에 제가 이 자리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많은 분들이 고생했다고 말씀을 해주시는 거에 대해서 정말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 가득하지만 아직 축구 인생이 끝난 건 아니기 때문에 더 즐거움을 드리려고 노력하려고 한다. 또 아직 축구 선수로서 해야 할 일이 남아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더 즐거운 모습, 더 좋은 모습, 더 행복한 모습으로 팬분들 찾아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동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 손흥민은 "선수들이 제 입으로 말하기 창피할 정도로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 그런 얘기를 듣다 보니까 내가 토트넘이라는 곳에 10년 동안 있으면서 그래도 선수들에게 조금은 영감이 됐구나, 조금은 도움을 주는 선수였구나라는 걸 조금은 느낄 수 있어서 더 행복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속으론 어떤지 모르겠지만 겉으론 다들 슬퍼했다. 제일 친한 친구가 벤 데이비스인데 자꾸 자기 옆으로 오지 말라고 하더라. 눈을 보니까 빨개져 있고 눈물이 글썽글썽했다. 한편으로는 미안하기도 하고 한편으론 고맙기도 했다"며 "저는 그 친구 아들의 대부다.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고 대부로서 자랑스러워야 하니까 축구 선수로서, 또 사람으로서 멋있는 모습을 보여줄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손흥민의 플레이를 보고 자란 두 유망주가 그의 고별전에서 그라운드를 누볐다. 뉴캐슬은 후반 32분 하비 반스를 대신해 박승수를 투입했고, 토트넘은 후반 37분 제임스 매디슨이 부상으로 이탈하자 양민혁을 넣었다.
손흥민은 "(두 선수에게) 특별한 말은 안 했지만 많은 팬들이 보고 있는 만큼 저보다 더 잘하는 선수로 성장할 수 있으면 좋겠다. 양민혁 선수는 이제 많이 친해져서 저한테 농담도 한다. 14살 차이 나는 선수가 농담을 하니 적응이 안 되더라. 그래도 너무 보기 좋았다"며 "오늘도 들어가서 열심히 하는 모습 보면서 어린 친구들이 저렇게 열심히 하는데 저도 새로운 환경에서 저렇게 해야겠다고 느꼈다. 또 어린 선수들한테 한 장면을 배울 수 있어서 너무나도 좋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항상 얘기하지만 저희가 어린 선수들을 지켜줘야 한다. 너무 섣불리 좋아하지도 말고 너무 다치게도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고 힘줘 말했다.
한편 손흥민은 차기 행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된 게 없기 때문에 여기서 말씀드리는 것보단 기다려 주시면 좋을 것 같다. 어제 좋은 정보 드렸으니 양보해달라"고 웃어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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