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이유 있는 건축' 고(故) 김중업 건축가가 남긴 흔적들이 울림을 선사했다.
22일 첫 방송된 새 시사교양 프로그램 '이유 있는 건축 - 공간 여행자'(이하 '이유 있는 건축')에서는 MC 홍진경이 김호영, 정일영 교수와 함께 주한프랑스대사관을 탐방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유 있는 건축 - 공간 여행자 / 사진=MBC 캡처
이날 세 사람은 1세대 건축가 김중업의 발자취를 따라가는 '김중업 투어'를 진행했다. 첫 번째 스폿은 그가 설계한 주한프랑스대사관이었다. 대사관인 만큼 당초 사진 촬영이 금지된 장소였으며, 철저한 보안 검사 끝에 들어갈 수 있었다.
대사관의 디자인은 프랑스와 한국의 문화가 융합된 모습이었다. 유현준 교수는 "전 세계 프랑스 대사관 중 가장 멋있을 것 같다"며 "동양 건축의 가장 큰 특징이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건물들을 둘러보던 김호영은 "여기에 족욕탕을 만들고 싶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대사관은 현재 리노베이션된 상태였다. 당시 리노베이션은 프랑스에 건축사무소를 둔 윤태훈 건축가가 다른 이들과 협업 형태로 진행했다.
이유 있는 건축 - 공간 여행자 / 사진=MBC 캡처
두 번째 스폿은 서울 중구로, 먼저 찾은 곳은 당대에 굉장히 이례적인 모습이었던 곡선형의 한 건물이었다. 홍진경은 "지금은 1층에 통닭집이 있지만 원래는 산부인과가 있던 곳"이라고 말했다.
건물은 계단이 아닌 경사로, 발코니, 옥탑방, 이글루 형태의 출입구, 굴뚝 등 독특한 요소들을 자랑했다. 설계도를 보면 간호사실은 웅크린 태아, 수술실은 여성의 자궁, 경사로는 남성의 성기를 형상화한 것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유현준은 "정말 저 콘셉트로 디자인을 했는지, 아니면 나중에 건축주를 설득하기 위해 만든 말인지는 알 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유 있는 건축 - 공간 여행자 / 사진=MBC 캡처
다음은 영등포에 위치한 '태양의집'이었다. 과거 김중업은 와우아파트 붕괴 사건과 8.10 광주 대단지 항쟁 당시 정부를 비판했다는 이유로 사실상 쫓겨났다. 결국 그는 3개월 단수 여권을 갖고 프랑스로 향했으나, 훈장을 받게 돼 그곳에서 계속 지낼 수 있었다. 프랑스와 미국을 왔다 갔다 하던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서거 후 한국에 돌아와 태양의집을 건축했다.
건물을 둘러보던 홍진경은 "아직도 영등포 시민들이 이렇게 잘 이용하는 걸 보시면 김중업 선생님이 정말 뿌듯해하실 것 같다. 이곳은 여전히 주민들의 사랑방으로 쓰이고 있다"고 말했다.
김중업은 생전 "자연과 조화를 이루도록 하는 게 건축가의 일이다. 그 점을 생각할 때 건축가만큼 책임감이 무거운 직업은 거의 없다"는 말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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