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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출 수수료 줄다리기→줄어든 광고, IPTV·홈쇼핑 방송사 위기 [ST취재기획]
작성 : 2025년 08월 01일(금) 11:24

사진=Gettyimages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정예원 기자] 넷플릭스 '케이팝 데몬 헌터스', '오징어 게임', '폭싹 속았수다' 등의 콘텐츠가 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글로벌 OTT 파상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반면 국내 방송시장의 한숨은 깊다. TV를 보는 사람들이 줄어들며 방송시장 성장이 크게 둔화되는 등 침체를 겪고 있다.

OTT 서비스의 영향력 확대로 국내 방송산업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가운데, 스포츠투데이는 유료방송(IPTV, 케이블, 위성) 관계자, TV홈쇼핑사 관계자들과 화두로 떠오르는 송출 수수료 갈등과 함께 현재 업계 전반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아울러 글로벌 OTT에 밀려 침체된 방송시장에 대한 평론가의 견해도 들어봤다.

◆ 유료방송사업자-TV홈쇼핑 간 송출 수수료 줄다리기 계속…다들 힘든 건 똑같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생태계 전체의 붕괴를 우려하고 있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가 지난해 9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케이블TV SO(종합유선방송사업자) 14개 중 11개 사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상황이 어려운 사업자의 경우 영업이익률은 –20.8%이며, 전체 평균 영업이익률 역시 –6.7%를 보였다.

가입자 수 감소에 대한 우려도 커진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유료방송사업 가입자 수 및 시장점유율'에 따르면 지난해 하반기 가입자 수는 3636만 4646명으로 지난해 상반기 대비 1만 9964명 감소했다. 또한 최근 3년간 IPTV 가입자 수는 꾸준히 증가한 반면, SO와 위성방송 가입자 수는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TV홈쇼핑업계 또한 어려움은 마찬가지다. 한국TV홈쇼핑협회가 지난 8일 발표한 '2024년도 TV홈쇼핑 산업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방송매출액은 2조6428억 원으로 3.2% 감소했다. 지난해 전체 매출액 대비 방송 매출액 비율은 47.4%로 해마다 감소 추세다. 전체 영업이익은 3888억 원으로 2022년과 비교하면 20% 이상 감소했다.

그중 눈길을 끈 것은 송출 수수료다. 송출 수수료란 홈쇼핑이 방송을 내보내는 대가로 IPTV와 케이블SO, 위성방송에 내는 '자릿세'를 말한다. 문제는 송출 수수료 비중이 방송매출액의 73.3%를 차지하는 것이다. 지난해 송출 수수료는 1조9364억 원으로 전년 대비 0.1% 감소했으나, 방송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율은 해마다 높아지고 있다.

송출 수수료를 둘러싼 유료방송사업자와 TV홈쇼핑 간의 오랜 갈등은 지난해 12월 '블랙아웃' 사태로 번졌다. 국내 메이저 홈쇼핑사 CJ온스타일은 12월 5일 0시부터 딜라이브·CCS충북방송·아름방송 등 3곳의 케이블TV SO에 방송 송출을 중단한 바 있다. 21일간 송출 중단이 지속되다 합의하라는 과기부의 의견을 존중해 26일 정오부터 해당 3개 케이블TV에 대한 송출을 재개했다. 또한 현대홈쇼핑은 LG헬로비전과, 롯데홈쇼핑은 딜라이브와 송출 수수료 갈등이 격화해 방송 송출 중단을 통보했다가 가까스로 협상을 타결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한 유료방송 관계자는 "매년 반복되는 갈등으로 피로감이 있다. 특히 블랙아웃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은 결국 그 유료방송 서비스에 가입한 시청자들이 겪어야 하는 불편함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지양해야 하는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송출 수수료 문제에 대해 "양측의 반복되는 갈등의 원인은 결국 수수료 산정 기준의 모호함에서 비롯되므로, 명확한 수수료 산정 기준이 무엇보다 필요하다"고 말했다.

유료방송사업자들은 유료방송 갈등 구조의 근본적인 해결방안은 경쟁력 회복에 달려 있다고 보고 있다. 경쟁력 회복 노력 없이 현 갈등 중재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와 함께 생존력 확보를 위해 유료방송 규제 완화, 기술중립성서비스 확대 등을 통한 경쟁력 강화 등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OTT 같은 경우 프로그램 제작에 특별한 제재가 없는 상황인 반면 유료방송은 아직 낡은 규제에 묶여 있다. 이러한 제재들이 완화되어야 유료방송 경쟁력이 높아지고 홈쇼핑 송출 수수료 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상황이 좋아지지 않을까"라고 이야기했다.

그렇다면 정부가 나서서 얽힌 실타래를 풀어 줄 수는 없을까. 한 홈쇼핑업계 관계자는 "새로 바뀐 정부라고 해서 갑자기 속도를 내서 해결될 문제는 아닐 것"이라며 "송출 수수료를 협상하려면 가이드라인 안에서 해야 하는데 가이드라인의 근거가 모호해서 생기는 문제도 많다"고 지적했다. 또한 "돈이 얽혀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더 그렇다. 양측이 해결하기에는 평행선을 달리는 것 같고 그렇다고 정부가 해결할 수는 없다. 비유하자면 건물주와 카페가 해결해야 될 문제를 국가가 나서서 얼마로 하라고 정하는 것도 시장 경제상 말이 되지 않는다. 조심스럽게 접근해야 할 부분"이라고 전했다.

홈쇼핑에서 TV 시청자 감소는 곧 구매자 감소를 의미한다. 고객들이 TV를 보지 않으면 기대했던 수익을 올리기 힘들어진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옛날에는 TV를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고 해서 몇천 억씩 영업이익을 벌곤 했다. 그때는 지금처럼 유통 채널이 많지 않기도 했다"며 "지금은 유통 플랫폼이 많아지다 보니까 TV로 물건을 구매하는 수요 자체가 많이 없어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홈쇼핑업계는 유명인을 앞세운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와 멀티 채널 전략 등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CJ온스타일 관계자는 "TV로만 의존할 수 없는 구조다 보니 계속 새로운 사업들을 보고 있다. 그 예시가 'CJ온스타일' 앱을 통한 모바일 라이브 커머스"라며 "스튜디오, 쇼 호스트, 카메라, 조명 다 있는데 이제 TV에서 스마트폰으로만 옮겨오면 된다. 저희가 가장 잘 진출할 수 있고 동시에 경쟁력 있는 사업이라 본다"고 밝혔다.

또한 롯데홈쇼핑 관계자는 "국내외 상품을 다양한 채널에서 선보이는 '멀티 채널 상품 프로바이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홈쇼핑, 라이브커머스, SNS 등 멀티 채널 연계 시너지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고 라이브 커머스 '엘라이브'를 통해 이탈리아, 미국 등에서 해외 현장 생방송 등 이색 콘텐츠를 확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유료방송사업자들도 저마다 활로를 찾고 있다. 딜라이브는 "타플랫폼에는 없는 OTT박스 '딜라이브 OTT'v'를 운영하고 여기에 FAST채널서비스를 탑재해 서비스 중"이라고 했다.

SK브로드밴드는 B tv 가입자를 모으기 위해 다양한 상품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 2023년에는 기술중립성서비스의 일환으로 'B tv POP'을 출시했다. 'B tv POP'은 IPTV 수준의 고화질과 콘텐츠에 저렴한 요금을 적용한 케이블TV 상품으로, 2022년 기술중립성을 허용한 방송법 개정으로 케이블TV도 IPTV와 동일하게 IP방식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되면서 출시가 가능해졌다. 관계자는 "B tv pop 상품은 고화질과 다양한 콘텐츠, 시청편의성 등이 개선됐다"며 "현재도 다양한 고객들을 모집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글로벌 OTT에 다 따라잡힌 방송, 광고 경쟁력마저 밀렸다

업계의 갈등만이 다가 아니다. TV를 보지 않는 사람이 늘어남에 따라 전체 방송 채널 시청시간은 2020년을 정점으로 지속적인 감소 추세다. 방송통신위원회와 정보통신정책연구원이 지난 3월 발표한 '2024년도 방송시장 경쟁상황 평가'에 따르면 2023년 하루 평균 개인의 TV 시청시간은 121분으로 최근 3년간 24.8% 감소했다.

보고서는 "지상파 시청시간도 지속적인 감소 추세임을 감안하면, 최근의 유료방송 시청시간 감소는 지상파 채널로의 시청시간 이동이 아닌 OTT 등 미디어 이용 증가에 따른 방송 채널 전반의 이용시간 감소일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전체적인 TV 시청시간이 줄어드니 방송광고 역시 휘청일 수밖에 없다. 방송광고 시장은 전년 대비 18.5% 감소한 2조3574억 원으로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2023년 국내 전체 광고시장은 전년 대비 0.6% 감소한 13조8017억 원으로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한 반면, 전체 광고시장에서 방송광고 시장 비중은 3년 연속 하락하며 17.6%로 축소됐다.

광고주들은 과거 방송광고가 주목도와 도달 범위 등에서 뛰어나다고 인식했지만, 최근에는 OTT 광고에 대한 평가가 좋아지며 두 광고 유형 간 격차가 줄어드는 양상을 보였다.

또한 지난해 설문조사 결과, 광고 대행사 등은 방송광고를 집행할 수 없을 경우 OTT를 선택하겠다는 비중이 60.9%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디지털 플랫폼으로의 시청행태 변화, 디지털 광고 기술의 진화에 따라 광고시장에서 방송광고 비중은 계속 줄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방송영상콘텐츠 거래 시장의 경우 방송광고 시장 위축 및 제작단가 상승에 따른 수익성 악화 등으로 국내 OTT 사업자와 방송사업자의 제작 수요는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자체제작 및 외주제작, 구매 등 2023년 방송사업자의 직접 제작비는 전년 대비 0.9% 증가한 2조 9034억 원, 외주제작비는 전년 대비 4.5% 증가한 1조104억 원을 기록했다. 제작비 부담의 증가로 콘텐츠 제작 편수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반면 글로벌 OTT는 한국 작품 수가 2022년 21개에서 2023년 30개로 증가(드라마 작품수 2022년 21개→2023년 22개)하는 등 한국 방송영상콘텐츠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대중의 소비 패턴이 바뀌기 때문에 당연히 생겨날 수밖에 없는 결과로 보인다"며 "시청 패턴과 콘텐츠 소비 방식이 바뀌었기 때문에 광고 시장도 그걸 따라 움직인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평론가는 "예전에는 시청률을 기준으로 광고가 구성됐지만 지금은 의미가 퇴색한 것으로 보인다. 요즘은 보고 싶은 프로그램을 기다려서 보기보다는 본인이 원하는 시간대에 선택해서 보는 방식으로 시청 패턴이 바뀌었는데 이것이 바로 OTT에 적합한 형태다. OTT가 주력 매체로 떠오르면서 광고를 뺄 수 없게 됐고 이제 기성 미디어에 광고를 하는 것이 큰 매력이 없어졌다고 볼 수 있다"고 짚었다.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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