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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TT가 다 잡아먹었다, 한숨 깊어진 韓 영화계 [ST취재기획]
작성 : 2025년 06월 30일(월) 08:50

사진=DB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정예원 기자] OTT와 극장가의 희비가 갈렸다. 시름이 깊어진 극장가에는 한숨만 깊어진다. 수술이 시급하지만, 치료제마저 줄어들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가 지난 2월에 발표한 '2024년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따르면 작년 극장 총 관객수는 1억2313만 명으로 전년 대비 1.6%(201만명) 감소, 매출액도 1조 1945억 원으로 5.3%(666억원)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7~2019년 평균 매출액 1조8282억 원과 비교하면 65% 수준이다. 코로나 이전 평균 관객수 2억2098만 명보다 1억명 가까이 감소했다.

이 중 2024년 한국영화 관객수는 7147만명으로 전년 대비 17.6%(1072만 명) 증가, 매출액도 6910억 원으로 15.5%(925억 원) 늘어났다. '파묘' '범죄도시4' 두 편의 천만 영화와 '베테랑2' '파일럿' 등 텐트폴 작품의 흥행 덕분이다. 긍정 신호로도 볼 수 있지만, 팬데믹 이전인 2019년에는 관객수 1억1562명, 매출액 9708억 원을 기록했던 한국영화다. 분위기를 회복했다기엔 여전히 기대에 못 미친다.

올해 5월까지의 한국 영화 분위기는 사실상 최저치를 찍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공개한 1월부터 5월까지의 한국 영화산업 결산 보고서에 따르면 관객수와 매출액 흐름은 '감소세'다.

'하얼빈' '히트맨2' '검은 수녀들' '소방관' 등이 활약했던 1월 극장 전체 매출액은 853억 원, 관객 수는 891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각각 14.2%(106억 원), 14.9%(115만 명) 증가했다. 하지만 단발성에 그쳤다.

2월부터 전체 매출액 531억 원, 관객 수 547만 명으로 두 분야 모두 전년 동월 대비 50% 이상 감소했다. 분위기는 3월에도 이어졌다. 매출액은 620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46.8%, 관객 수는 644만 명으로 45.0% 감소했다.

4월 극장가는 암울했다. 전체 매출액은 512억 원, 관객 수는 544만 명으로 전년 동월보다 각각 43.1%, 41.8% 감소했다. 코로나19 사회적 거리두기 조치가 해제된 2022년 5월 이후 매출액과 관객 수 모두 최저치를 기록했다.

5월은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야당'이 활약했다. 하지만 5월 전체 매출액은 825억 원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8%(273억 원) 감소하였고, 관객 수도 853만 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24.9%(282만 명) 감소했다. 6월 극장가는 24일 기준, 매출액 686억 원, 관객수 717만 명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산 총 집계 전이지만 지난해에 비해 하락세와 감소폭은 커지고 있다.

◆ 300만? 100만 돌파도 힘들다…천만 영화의 부재

'천만 영화'도 아직 부재하다. 팬데믹 이후 첫 첫만 영화가 된 '범죄도시2', 뒤이어 '범죄도시3', '범죄도시4' '서울의 봄', '파묘'까지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천만 신호탄을 터트렸다. 하지만 올해 6월까지, 300만을 돌파한 작품은 손에 꼽히는 실정이다.

28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올해 3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는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미키 17' '야당'뿐이다.

한국 영화는 '야당'이 유일하다. 지난 4월 16일 개봉 후 흥행세를 타며 337만 명을 돌파했지만, 400만에는 못 미쳤다. 기대작으로 꼽혔던 설 개봉작 '검은 수녀들' 167만, '히트맨2'도 254만 명에 그쳤다. 유아인 리스크를 견딘 '승부'도 214만 명을 기록, '하이파이브'도 180만 명을 돌파하고 있지만 속도가 더디다. 5월 흥행 공식이었던 마동석 영화도 마찬가지였다. 큰 기대를 모았던 '거룩한 밤: 데몬헌터스'는 77만 명에 그치며 고배를 마셨다. 100만 넘기도 힘들고, 300만 이상 관객은 더욱 귀해진 한국영화계다.

사진=각 영화 포스터


◆ 안방극장 규모 확대…극장 앞지른 OTT

'한국 영화가 이러다 망한다' '위기다'라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사회적 분위기, 문화의 흐름, 표값 상승 등 다양한 문제들이 원인으로 거론되고 있으나, 근본적인 문제는 관객 수 감소다. 즉 영화관을 찾는 발걸음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이다. 코로나19 이후 변화한 시청 습관이 영향을 미쳤다. 극장을 가지 못했던 팬데믹 시기, 관객들은 넷플릭스 등 OTT 플랫폼에서 5천 원~1만 원 대의 구독료를 내고 양질의 콘텐츠를 관람했다. 드라마, 영화 등 언제 어디서든 원할 때 관람이 가능하다는 점이 유리하게 작용했다. 이러한 습관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OTT 시장은 급격하게 성장했다. 지난해 한국 극장 시장 규모는 1조2603억 원을 전년 대비 5.5% 감소한 반면, OTT 시장 규모는 2조719억 원으로 11.0%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20년~2024년까지 한국 영화 및 영상산업 시장의 분야별 비중에서도 OTT 시장이 62.2%, 극장 시장은 37.8%를 차지했다. 영화관을 크게 앞지르고 있는 '안방극장'이다.

OTT는 활성화되고 있지만, 한국 영화는 제작 및 개봉 편수 감소라는 연쇄 작용까지 덮쳤다. 올해 6월 개봉된 영화는 36편이다. 30편이 개봉된 지난 3월 이후 최저치로, 제작사의 시름이 깊어진다.

한 영화 제작사 대표 A 씨는 OTT와 극장의 불균형을 지적했다. A 씨는 "가장 큰 문제는 OTT로 인한 시청자 습관의 변화다. 코로나 시대를 지나오면서 극장에 오는 게 익숙하지 않다는 것이다. 또 두 번째는 투자 규모의 불균형이다. OTT는 일정 구독료에서 수익을 얻고, 그중 일부분은 콘텐츠에 투자를 하는데, OTT는 자금에 여유가 많아진다. 그러다 보니 좋은 콘텐츠, 기획안들이 OTT로 몰리게 된다. 그럼 볼 만한 게 많아지고, OTT 시장은 투자-제작의 선순환 흐름을 가지게 된다. 반면, 극장 중심으로 한 영화는 악순환이 반복이 된다. 이렇게 시간이 지나면 격차는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 한숨·고민 깊어지는 영화계

제작사 대표 A 씨는 현재 한국 영화계를 '중증외상센터에 들어온 응급환자'라고 평했다. A 씨는 "응급환자는 수술해야 할 부위가 있지 않나. 수술을 하기 전에 피가 많이 나왔으면 일단 수혈을 통해 살리고 난 뒤 수술을 해야 한다. 하지만 응급실 냉장고 안에 혈액이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현 영화계 문제점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있지만, 일단 살고 난 다음 해결책이 필요하다. 지금은 영화에 투자할 돈이 없다. 영화가 만들어지지 못하고 있다. 20년 넘게 영화계를 이끌어 왔던 많은 기업들이 투자를 조심스러워한다. 예전엔 1년에 100편씩 만들어지던 영화다. 지금은 10개도 안 된다더라. 그러면 좋은 영화가 많이 만들어질 확률이 낮아지고, 관객들은 '볼만한 한국 영화가 없다'고 생각해 극장을 찾지 않는다"며 "짧게는 2~3년이고, 당장 몇 년 안에 개봉할 한국 영화가 없다"고 내다봤다.

한 배급사 관계자 B 씨도 현 영화계 분위기에 대해 실감했다. B 씨는 "여가생활의 폭이 넓어져 영화 외 다른 선택지가 많아졌고, 소비를 할 때 기회비용을 깊게 고려하는 경향도 증가했다"며 "OTT 시장 확대, 제작비 문제 등 산업 내부적인 이유도 있겠으나 사회·경제·문화 등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영화 산업의 방식 자체가 달라졌다고 본다. 이전과 달리 성수기와 비수기의 경계가 흐릿해졌다. 내부 투자 심의 때도 여러 부분을 고려하는 등 다소 엄격해진 면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마냥 우울하기만 한 분위기는 아니다. 영화를 선택하는 방식이 좀 더 체계적으로 변화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얘기했다.

여름 텐트폴 시장이 중요한 터닝포인트로 점쳐지고 있다. 300억 대작 '전지적 독자시점', 조정석 주연 '좀비딸', 임윤아 주연의 '악마가 이사왔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외화도 강세다. '엘리오' '28년 후' 'F1 더무비'와 더불어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도 있다. 500만 이상만 돼도 '대박 영화'로 평가받는 현 영화계다. 침체된 분위기를 반전시킬 작품이 중요해지는 시점이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정예원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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