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그룹 우주소녀부터 연기 활동까지, 가수 겸 배우 김지연은 다재다능한 매력으로 시선을 사로잡는다. "판타지 장르는 자기 자신과의 싸움인 것 같다. 어색하거나 민망하거나 낯간지러운 걸 이겨내야 화면이 잘 나온다고 들었다"고 말한 김지연은 '현타'와의 싸움을 이겨내고 K귀물 판타지 여주인공으로 활약하며 또 한 번 눈도장을 찍었다.
김지연이 주연을 맡은 SBS 금토드라마 '귀궁'(극본 윤수정·연출 윤성식)은 영매의 운명을 거부하는 무녀 여리(김지연)와 여리의 첫사랑 윤갑(육성재)의 몸에 갇힌 이무기 강철이(육성재)가 왕가에 원한을 품은 팔척귀에 맞닥뜨리며 몸과 혼이 단단히 꼬여버리는 육신 쟁탈 판타지 로코다.
김지연은 극 중 영매의 운명을 거부하는 무녀 여리 역으로 열연했다. 여리는 유명한 만신의 하나뿐인 손녀로 뛰어난 영적인 힘을 지녔으나, 용이 되지 못한 이무기와 엮인 후 인생이 지독하게 뒤틀린 애체(안경) 장인이자 영매다. 그는 "완전 무녀는 아니다 보니 걱정이 조금 있었지만 애초에 감독님이 판타지적으로 풀 거라고 말씀해 주셨다. 할머니의 굿 신들은 완전 무당처럼 하고 저 같은 경우는 한국 무용을 따로 배워서 준비를 했다"며 "그래서 되게 신선하고 재밌다고 생각했다. 실제 선생님들의 자문도 다 받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극 중 주술을 외우는 장면을 위해 "사자성어 같은 것들이 엄청나게 길게 있고 그걸 또 풀어낸 버전이 있더라. 촬영하기 전부터 한 두세 달간 계속 냉장고에 붙여놓고 침대 옆에 붙여놓고 핸드폰 돌려 놓고 외웠다"고 말했다.
평소에도 판타지 장르를 좋아한다며 "제가 원래 현실적인 캐릭터들을 많이 했다면, 사람 김지연이 가장 좋아하는 건 판타지 장르다. 판타지나 SF 작품을 되게 좋아한다. 인생 영화가 '해리포터', '아바타' 이럴 정도다. '삼체', '블랙미러' 같은 현실성이 없는 작품들을 좋아한다"고 밝혔다.
그는 "제가 판타지 장르를 해볼 생각은 못했다"며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재밌었지만 걱정이 많았다. 이때까지 제가 접근하던 방식과 너무 다른 방식이라서다. 처음에는 좀 어색하고 낯설었고 보는 것과 하는 것은 많이 다르더라. (육)성재가 워낙 콘텐츠를 많이 했어서 좀 도움을 청하면서 했다. 애니메이션이라 생각하고 현실적으로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이야기했다.
김지연은 극 중 악귀를 쫓는 굿 장면은 물론, 물귀신인 막돌에게 살을 맞아 오징어 먹물을 얼굴에 맞는 장면까지 소화했다. 또한 수살귀와 촬영할 때는 추운 겨울에 물속으로 들어가 3일 동안 찍기도 했다. 그는 "물귀신들이다 보니까 그 추운 겨울에 계속 머리까지 젖어 있어야 하는 거다. 그게 안쓰러웠다. 현장에서 고생하시는 분들 입장을 생각하면 현장에서 분장이 무섭거나 그러진 않았던 것 같다. 오히려 귀신들과 대화할 때는 어떤 톤으로 해야 되나 싶었다.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며 물귀신으로 열연한 배우들을 생각했다.
팔척귀로 열연한 서도영에 대해서는 "저는 계속 긴장한 상태로만 인사를 드리고 전혀 못 알아보다가 얼굴을 나중에 보고 알았다"며 "몇 달 지나고 누가 복도에서 되게 익숙하게 '안녕' 인사하는데 모르는 분인 거다. 나중에 얼굴만 분장을 벗고 몸은 눈에 익은 상태로 인사를 하시니까 알아보겠더라"라고 비하인드를 전했다.
빙의 등의 소재가 등장하며 평소와는 다른 톤으로 연기해 본 소감에 대해서는 "굉장한 스트레스 중 하나였다"고 밝혔다. 김지연은 "작품할 때 스트레스를 많이 받지만 많이 부딪히면서 깨는 스타일이긴 하다. (빙의 표현이) 가장 큰 숙제 중에 하나였는데 감독님이 말씀하신 건 빙의가 됐을 때 목소리를 바꾸기보다는 말투를 바꾸는 것이었다. 남자 귀신이 한이 맺힌 걸 표현하는 거니까 진정성이 갑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중에서도 화덕차사를 묘사했을 때가 기억에 남는다며 "화덕차사가 있다는 걸 이번에 처음 알았다. 저승사자처럼 갓도 쓰고 남자 같은 느낌인데 제가 워낙 체구가 작다 보니까 다들 빵 터졌다. 되게 멋있어야 하는데 꼬마강시처럼 나오는 거다. 그래서 비주얼적으로 어떻게 만들지 고민하다가 얼굴에 화상 자국을 넣는 등 여러 장치들이 있어서 다행인 것 같다"고 웃었다.
'귀궁'은 지난 4월 18일 첫 방송돼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시청률 9.2%를 기록하며 순조로운 출발을 알렸다. 최종회인 16회는 11%로 자체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김지연은 "처음에 (시청률이) 잘못 나온 줄 알았다. 그날 밤 잠을 하나도 못 잤다"며 "전 작품이 OTT였다 보니까 정말 오랜만에 시청률을 확인했다. 한 아침 7시쯤이었나. 9% 이렇게 떠 있길래 저는 잘못 나온 줄 알았는데 갑자기 막 축하한다는 연락이 왔다. 전 작품이 잘 됐다 보니까 (시청률이) 제발 안 떨어졌으면 좋겠다는 마음이었다"고 밝혔다.
'귀궁'은 넷플릭스에서도 공개되며 좋은 반응을 얻었다. 김지연은 "일단 같이 공개돼 좋았고 찍을 때부터 저희끼리 '해외 분들이 많이 좋아해 주시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나라만 딱 만들 수 있는 그런 장르인 것 같아서 이게 많이 알려지면 흥미롭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반응이 되게 좋은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작품이 성공한 요인은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묻자 "일단 소재가 주는 흥미로움이 컸다고 생각한다. 서사가 재밌지 않았나 그런 생각을 했다. 선배님들도 워낙 잘하셨다"고 답했다.
고생하고 힘든 촬영이었지만 시즌2도 기대해 볼 수 있는 성적을 얻었다. 김지연은 "촬영이 끝날 때쯤 이건 절대 다시 못하겠다 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신이 많다 보니까 그렇다"며 "저는 결말이 좋았다. 뭔가 저희 드라마의 특징인 것 같다. 무겁게 흘러가다가 갑자기 코미디 신이 나오면서 전환이 되는 게 저희 드라마의 특성이 아닐까 싶다. 저는 재밌었다. 시즌2도 불러만 주신다면 감사하게 촬영할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얘기를 들은 건 없다"고 전했다.
김지연에게 '귀궁'은 어떤 작품으로 남을까. 그는 "겨울이 되면 '해리포터'를 보듯이 여름에 생각날 때 보면 재밌지 않을까. 판타지 사극하면 떠오르는 작품이 됐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내년이면 우주소녀 데뷔 10주년이다. 김지연은 "그동안 열심히 살았다고 생각했다. 10년 동안 드라마 9개와 앨범 10개 정도 했던 것 같다. 안 쉬고 열심히 달려왔구나 생각한다. 처음에 데뷔했을 때는 20대 초반이었는데 그때는 30대면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다. 구두 신고 다니고, 저희가 생각하는 어른이 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대로더라. '아직 갈 길이 멀었는데 내가 벌써 30대라고?'란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촬영 외에 자신의 버킷리스트에 대해 "저는 소박한 편이다. 작년 목표가 '운전을 마스터해보자'였다. 면허는 있었는데 장롱면허였다. 시간이 지날수록 삶과 직업의 경계가 허물어지더라. 목표는 지금 이 촬영을 잘 마치자는 것이다. 개인적인 목표들은 잘 생각을 안 해보게 된다"고 답했다.
'귀궁'으로 연말 시상식에서 받고 싶은 상이 있는지 묻자 "작년에 'SBS 연기대상' MC를 했었는데, 작년 드라마들이 다 잘 됐다"며 "다 같이 상 받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무슨 상이 중요할까"라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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