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정예원 기자] 전혀 다른 시선을 가진 두 사람이 술 하나로 맞닿고, 멀어진다. 정답 없는 인생에 소주 한 잔이 위로를 전한다.
30일 개봉한 영화 '소주전쟁'(제작 더 램프)은 1997년 IMF 외환위기 소주 회사가 곧 인생인 종록(유해진)과 오로지 성과만 추구하는 글로벌 투자사 직원 인범(이제훈)이 대한민국 국민 소주의 운명을 걸고 맞서는 이야기를 그렸다.
극 중 독보적인 맛으로 전국을 평정했던 '국보소주'는 자금난에 휘청거리고, 이 타이밍을 눈여겨보던 글로벌 투자사 '솔퀸'의 직원 인범은 국보소주 매각을 위해 회사에 접근한다. 국보소주에 그야말로 자신의 인생을 갈아 넣은 종록은 재무이사로서 회사를 살려보겠다는 일념으로 인범에게 오롯이 의지한다.
한평생 몸 바친 회사를 지키려는 종록과 회사를 삼키려는 목표를 숨기고 종록에게 접근한 인범. 두 사람은 전혀 다른 가치관으로 삶을 살아왔지만, 소주 하나로 점차 가까워지기 시작한다.
소주회사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답게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여러 번 등장한다. 유해진과 이제훈이 '부드럽고 프레시한' 탑소주를 마시는 순간 보는 사람까지 얼큰하게 취하는 느낌이다. 유해진의 벌건 피부색은 이게 연기인지 실제인지 잠시 헷갈리게 만든다.
출연진 라인업만 봐도 알 수 있듯 배우들은 각자의 역할을 200% 소화하며 열연을 펼친다. 특히 이제훈은 따뜻함과 차가움이 공존하는 특유의 마스크로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손현주는 작중 최고 빌런으로 분해 탐욕적인 재벌 2세의 모습을 완벽히 그려낸다.
할리우드에서 활동해 온 바이런 만은 '소주전쟁'으로 한국 영화계를 처음 경험했다. 그러나 실력을 갖췄다면 무대가 어디인진 중요하지 않다는 듯 이질감 없이 극에 녹아든다.
인물과 스토리는 모두 각색을 거쳤지만, 실화를 모티브로 한 만큼 관객에게 생각할 거리를 던지는 영화다. 분명 뺏으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의 싸움인데 왠지 모르게 서글퍼진다. 3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렀으나 크게 변하지 않은 사회상을 쉽고 직관적으로 꼬집는다.
관람 후엔 자연스레 소주 한 잔이 당길 것이다. IMF, 경제난, 불경기. 속 쓰린 단어를 듣다 보면 힘든 시기를 버틴 국민들이 떠오르고, 서민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술 한 모금이 간절해진다. 러닝타임 103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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