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오대진 기자]한국의 아시안컵 결승전 상대는 예상대로 호주였다.
모두의 예상과 바람대로 각본이 쓰여졌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은 이라크와의 준결승전 승리 후 "결승전 상대는 의심의 여지없이 호주"라고 잘라 말했고, 대표팀 선수들도 "홈팀 호주와 결승전에서 맞붙고 싶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호주는 27일(한국시간) 오후 6시 호주 뉴캐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호주아시안컵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준결승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전반 초반부터 아랍에미리트를 몰아붙인 호주는 전반 3분 만에 선제골을 터트린데 이어 전반 15분 추가골까지 터트렸다. 일찌감치 승기를 잡은 호주는 후반전 여유있는 경기 운영 끝에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8강전에서도 일방적인 경기 끝에 중국에 2-0 승리를 거둔 호주는 대회 개막전 일본과 함께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다.
안정적인 전력에 홈어드밴티지까지 더한 호주는 조별리그 첫 경기인 쿠웨이트와의 경기에서 무려 4골을 터트리며 4-1로 승리했다. 2차전 오만전 역시 4-0 완승이었다.
호주의 아시안컵 정복기에 한국이 찬물을 끼얹었다. 호주는 지난 17일 열린 조별리그 3차전 한국전에서 주전 일부가 빠진 상태에서 0-1로 패했다. 조별리그에서 한국이 선보인 경기력이 기대 이하였음을 감안한다면, 호주의 한국전 패배는 뼈아팠다.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은 A조 조별리그 3경기에서 기대 이하의 경기력을 선보였다. 오만-쿠웨이트-호주에 각각 1-0으로 승리하긴 했지만, 수비에서 많은 문제점을 노출했고, 경기당 평균 1득점을 기록한 공격력도 아시안컵이라는 무대를 감안하면 만족스럽지 못한 수치다.
그러나 지난 22일 우즈베키스탄과의 8강전부터 다른 팀으로 변신했다. 정규시간 0-0 종료 후 연장전까지 이어지긴 했지만, '에이스' 손흥민의 멀티 골을 앞세워 2-0으로 완승을 거뒀다. 조별리그부터 이어온 무실점 기록도 계속됐다. 수비진을 이끈 곽태휘는 경기 최우수선수인 맨 오브 더 매치(Man of the Match)에 선정됐다.
26일 이라크와의 준결승전에서는 또 한 번 업그레이드된 경기력을 자랑했다. '슈틸리케의 황태자' 이정협이 선제골을, 수비수 김영권이 추가골을 터트리며 2-0으로 승리했다.
결과도 결과지만 경기력이 좋았다. 공격수들의 강한 전방 압박은 상대 수비수들을 불편하게 했고, 자연스럽게 대부분의 경기 시간을 상대 진영에서 보냈다. 곽태휘와 김영권은 수비 라인을 자연스럽게 오르내리며 팀에 안정감을 줬다. 수비와 기성용을 필두로 한 미드필드진의 원활한 볼 공급에 공격이 매끄럽게 풀렸고, 많은 찬스를 만들어냈다. 기성용과 손흥민의 결정적인 슈팅이 상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한 것만이 '옥에 티'였다.
상승세를 탄 한국은 이제 한 경기 만을 남겨놓고 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라크와의 준결승전 승리 후 호주의 결승행을 예상하며 "호주는 이번 토너먼트에 올라온 팀 중에 가장 강한 팀이다. 그들의 플레이는 매우 좋고 냉정함을 지녔다. 각 선수들은 그들이 무엇을 해야 할지 잘 알고 있다"며 "호주는 매우 단단한 전술을 구사하기에 그들이 결승전에 올라오는 것에 의심은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호주가 올라온다면 한국이 1-0으로 승리한 지난 조별예선과는 다른 양상으로 경기가 진행 될 것이라고 바라봤다. 슈틸리케 감독은 "당시 마일 제디냑은 부상 중 이었고, 매튜 레키·팀 케이힐·로비 크루즈가 모두 벤치에 있었다. 만약 호주가 결승에 온다면 그 때와는 다른 팀이 올 것"이라며 "우리는 지금까지 늘 해오던 대로 하는 것이 목표다. 또 주전이 모두 나온 호주와 붙지 않았다는 것을 자각해야 한다"고 경계심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슈틸리케 감독은 "27년 만에 결승에 올라 큰 의미가 있다. 하지만 오늘(이라크전)도 전반에 기술적 실수가 많았다. 결승에서 우승을 차지하려면 수정해야 할 부분이 많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국은 오는 31일 오후 6시 호주 시드니 스타디움 오스트레일리아에서 호주와 아시안컵 결승전을 치른다.
분위기는 좋다. 한국은 이라크와의 준결승전을 연장전 없이 마치며 체력을 비축했고, 결승전 상대인 호주보다 하루를 더 쉬는 이점까지 안고 있다.
'슈틸리케호'가 아시안컵 조별리그에서의 부진을 뒤로 하고 토너먼트 무대에서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다. 준결승전에서 이라크를 완파하고 결승전에 오른 한국, 그토록 염원했던 아시안컵 우승이 1960년 한국 대회 이후 55년 만에 눈앞에 다가왔다.
오대진 기자 saramadj@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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