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근한 기자]이번 호주 아시안컵에서는 기존 아시아 강호들의 토너먼트 조기 탈락이 화제였다. 특히 일본과 이란의 8강 탈락은 각 팀 팬들에게 충격으로 다가왔다.
'디펜딩 챔피언' 일본은 허무하게 호주에서의 일정을 마감했다. 일본은 대회 시작 전 하비에르 아기레 감독이 레알 소시에다드(스페인) 재임 시절 발생한 승부조작 혐의에 휘말려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대회에 참가했다.
우려와 달리 출발은 좋았다. 팔레스타인과의 첫 조별예선 경기서 4-0으로 대승을 거둔 일본은 이라크와 요르단도 연파하며 조별예선 3전 전승 7득점 무실점의 완벽한 모습을 보여줬다. 혼다 게이스케가 3골, 카가와 신지가 2골을 뽑아내며 공격진을 이끌었다. 또 베테랑인 나카모토 유토와 요시다 마야가 노련하게 수비진을 지휘했다.
그러나 8강에서 만난 아랍에미리트(UAE)에게 생각지도 못한 일격을 맞았다. 전반 6분 만에 역습 상황에서 알리 맙쿠트에게 기습적인 선취골을 뺏겼다. 0-1로 끌려가던 일본은 후반 35분 시바사키 가쿠가 벼락같은 중거리 슈팅을 통해 극적인 동점을 만들었다.
이어 연장에서도 승부를 가리지 못한 양 팀은 승부차기에 들어갔다. 결국 일본은 믿었던 혼다와 카가와가 실축을 하면서 승부차기에서 4-5로 패했다. '디펜딩 챔피언'이 8강에서 탈락하는 이변의 순간이었다. 슈팅 숫자 35-3의 압도적인 경기력에도 골로 매듭짓지 못한 일본은 그 대가를 치러야 했다. 탈락의 후폭풍은 현재 아기레 감독의 경질설로 이어지고 있다.
이란도 일본과 마찬가지로 조별예선에서 3전 전승 4득점 무실점의 훌륭한 성적표로 C조 1위로 9강에 진출했다. 4회 연속 아시안컵 본선을 경험한 '노장' 자바드 네쿠남과 '에이스' 레자 구차네자드가 팀을 이끌었다. 특히 구차네자드는 UAE와의 조별예선 최종전에서 후반 추가시간 극적인 결승골을 뽑아내며 팀을 조별예선 1위로 이끌었다.
이란 역시 이라크에게 8강에서 덜미가 잡혔다. 퇴장이 문제였다. 1-0으로 앞선 전반 43분 수비수 메흐다드 풀라디가 경고 누적으로 레드카드를 받아 수적 열세에 몰렸다. 결국 후반 10분 만에 아흐메드 야신에게 동점골을 허용했다.
이후 연장전으로 넘어간 승부는 난타전 양상으로 흘러갔다. 연장 전반 2분 만에 이라크가 역전골을 뽑았지만 10분 후 이란이 코너킥 상황에서 다시 동점골을 넣었다.
이어 연장 후반 10분 이라크가 페널티킥을 통해 재역전에 성공하면서 경기는 이대로 끝나는 듯 했다. 그러나 끝이 아니었다. 3분 후 다시 이란이 극적인 동점골을 넣어 승부차기까지 승부를 끌고 갔다. 승부차기 역시 각 팀 당 8명까지 나오는 치열한 접전 끝에 이라크의 7-6 승리로 끝나며 이란의 탈락 역시 확정됐다.
충격에 휩싸인 이란은 이라크전 패배 이후 이라크 공격수 알라 압둘 자흐라의 약물 복용과 호주 출신 벤 윌리암스 주심의 판정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지만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이란의 항의를 기각했다. 이번 대회에서 노쇄화 됐다는 평가를 받은 이란은 2018 러시아 월드컵 예선을 위한 세대교체의 과제를 떠안게 됐다.
이렇게 강호들의 충격적인 탈락이 있었다면 생각지도 못한 약진도 있었다. 바로 UAE와 중국이다.
UAE는 당초 복병으로 예상됐지만, 4강까지 올라올 것이라는 예상은 적었다. 그러나 조별예선 첫 상대인 카타르를 4-1로 대파하고 바레인까지 잡아낸 UAE의 상승세는 무서웠다. 이란과의 최종전에서도 경기를 주도했지만 후반 추가시간 결승골을 내주며 C조 2위로 8강에서 일본과 대결하게 됐다.
일본과의 8강전에서도 처절한 사투 끝에 승부차기 승리로 '디펜딩 챔피언'을 집으로 돌려보냈다. 비록 4강전에서 만난 '개최국' 호주와의 경기에서는 0-2로 무기력한 패배를 당했지만, 이라크와의 3-4위전에서 3-2로 승리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UAE의 상승세 중심에는 바로 떠오르는 '아시아의 신성' 오마르 압둘라흐만이 있었다. 압둘라흐만은 뛰어난 드리블 실력과 정확한 킥력, 넓은 시야로 UAE 공격 전개의 핵심을 담당했다. 지난 해 ESPN이 선정한 '올해의 아시아 선수'에 선정된 압둘라흐만은 지금보다 미래가 더 기대되는 스타가 됐다.
과거 '소림축구'로 비웃음 당했던 중국 역시 예전과는 다른 모습으로 깊은 인상을 줬다. 비록 8강전에서 호주를 만나 힘없이 탈락했지만 조별예선에서 보여준 그들의 경기력은 중국 축구의 가능성을 볼 수 있었다.
정즈·쑨커·가오린 등을 주축으로 한 중국은 조별예선에서 아시아 강호 사우디아라비아와 우즈베키스탄을 잡아냈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전은 선취골을 내줬지만 역전을 해내는 저력을 발휘했다. 중국의 아시안컵 역사상 가장 좋은 성적으로 조별예선을 통과했다.
중국의 달라진 모습은 최근 많은 자금을 통해 자국리그인 슈퍼리그의 급격한 성장을 이뤄낸 결과이기도 하다. 또 알랭 페랭 감독의 과감한 신인 기용과 패배 의식 탈피 강조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김근한 기자 forevertoss@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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