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실=스포츠투데이 강태구 기자] "다시는 내려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임했다"
두산 베어스는 27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5 신한 SOL뱅크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와의 홈 경기에서 13-4로 승리했다.
이로써 연패를 끊어낸 두산은 12승 16패를 기록, 8위를 유지했다. 3연승이 중단된 롯데는 16승 1무 13패가 됐다.
이날 6번 타자 겸 2루수로 선발 출전한 오명진은 그랜드슬램 포함 4타수 3안타 6타점을 기록하며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오명진은 4회말 김인태의 볼넷, 케이브의 우전 안타, 김재환의 볼넷으로 만든 1사 만루에서 타석에 들어섰고, 바뀐 투수 송재영의 초구 129km/h 슬라이더를 타격해 우익수 키를 넘기는 만루 홈런을 터뜨렸다. 이는 오명진의 데뷔 첫 홈런이었다.
경기 후 오명진은 취재진과 만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명진은 "맞자마자 홈런이라고 생각했다. (김)재환 선배님이 볼넷으로 나가실 때부터 칠 수 있겠다고 생각했고, 벤치에서 감독님과 타격 코치님께서도 슬라이더를 한번 노려보라고 말씀하셔서 슬라이더를 노렸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던 것 같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이번 홈런은 만루 홈런이기 전에 오명진의 데뷔 홈런이기도 하다. 오명진은 "2군에서 많이 뛰었었는데, 정말 열심히 했다. 2군에서도 열심히 하면 아직 성적을 낸 건 아니지만 저처럼 1군에서도 기회를 받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 것 같아서 기분이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오명진은 시즌 전 시범경기에서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줬기에 기대가 많았다. 하지만 시즌에 돌입한 후 부진을 겪었고, 지난 11일 2군으로 강등도 되면서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그러나 다시 절치부심하며 1군으로 복귀해 시범경기 때의 좋았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오명진은 "사실 기술적인 부분보다는 멘탈적으로 많이 정비했다. 1군에서 제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감독님께서 계속 저를 믿어주셨고, 코치님께서도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셨다. 2군 갔을 때도 '너 지금 이렇게 스윙이 좋은데, 왜 자신을 못 믿냐'는 말들을 많이 해주셔서 저 자신과 싸우는 것이 아니라 투수랑 진짜 싸워보자는 생각으로 임했더니 좋은 결과가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오명진 / 사진=두산 베어스 제공
오명진은 지난 11일 2군에 내려갔을 당시에도 좌절감은 느끼기 보단 의지를 불태웠다고 말했다. 그는 "전에는 내려갔을 때 많이 상심했었는데, 이번엔 감독님께서 저한테 기회도 많이 주셨기에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그 후엔 2군 내려간다고 끝이 아니고, 감독님께서도 ‘네가 해야 된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 보내는 거다’라고 말씀해주셔서 포기하지 않고 2군에서 잘 준비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다시 콜업 됐을 때는 "다시는 내려가지 않겠다는 생각으로 올라왔다"고 덧붙였다.
1군에 다시 올라온 오명진은 2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기록한 뒤 롯데와의 시리즈 첫 경기에서 무안타로 침묵했지만, 전날(26일) 경기에서 다시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 홈런 포함 3안타 6타점을 터뜨리며 절정의 타격감을 과시했다.
그럼에도 오명진은 이 공을 감독 코치들에게 돌렸다. 그는 "사실 제가 엄청 잘했다기다는 감독님이 믿어주시고, 타격 코치님께서 많이 도움을 주신 것이 큰 것 같다. 기술적으로는 크게 바뀐 건 없는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또한 "팬분들께서 감독님에 대해 좋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것을 보면 마음이 아프다. 저희한테는 정말 좋은 말도 많이 해주시고 저희를 믿어주신다는 게 선수로서 느껴진다. 감독님 덕분에 저도 좋은 기회를 많이 받고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었던 것 같다"며 이승엽 감독을 향해 감사함을 표했다.
지난 시즌과의 다른 점에 관해선 "멘탈적으로 많이 성숙해진 것 같다. 초반에 어려움을 겪었지만, 금방 다시 이겨냈던 것 같다. 작년에는 많이 좌절했는데, 올해는 이영수 코치님 도움을 많이 받아서 멘탈적으로 많이 성장한 것 같다"고 했다.
이번 시리즈 전체의 주인공은 단연 오명진이라고 볼 수 있다. 롯데와의 첫 시리즈에선 무안타로 침묵하고 실책도 하는 등 아쉬운 모습을 보였지만, 두 번째 경기에서 멀티히트를 치며 감각을 올렸다. 그리고 마지막 경기인 오늘 데뷔 홈런을 때려내며 주인공이 됐다.
오명진은 "제가 5년 동안 갈고닦은 스텝인데 여기서 실수가 나오더라. 그래서 수비 코치님께 죄송했고, 그 이후에도 저로 인해 실수가 여러개 나온 거니까 스스로 많이 반성했다. 근데 시즌은 길고, 제가 또 만회할 기회가 충분히 있을 거라고 생각했고, 그게 오늘의 기회였던 것 같다"며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첫 안타를 친 뒤 이날 첫 홈런까지 기록한 오명진. 다음 목표는 뭘까. 오명진은 "사실 개인 기록보다는 팀이 중요한 것 같다. 어제 잘 쳤는데도 팀이 지니까 기분이 별로 안 좋았다. 팀이 계속 올라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말을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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