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세라핌(김채원, 사쿠라, 허윤진, 카즈하, 홍은채)은 19~20일 인천 인스파이어 아레나에서 '2025 르세라핌 투어 이지 크레이지 핫 인 인천(2025 LE SSERAFIM TOUR EASY CRAZY HOT IN INCHEON)'을 개최했다.
지난 20일 공연에서 르세라핌은 마지막 앙코르 멘트를 통해 팬덤 피어나에게 진심을 전했다. 특히 최근 의도치 않게 가혹한 시간을 지나오면서 악플에 시달리는 등 마음고생을 겪었던 멤버들은 장문의 편지로 허심탄회하게 심경을 털어놓으며 많은 이들의 응원을 받았다.
르세라핌은 지난 1년 간 민희진 전 어도어 대표의 여러 의혹 주장으로 큰 상처를 입었다. 민희진 전 대표가 기자회견을 통해 뉴진스가 '하이브 1호 걸그룹'으로 데뷔할 예정이었다며 르세라핌이 먼저 데뷔한 것을 문제 삼는 등 팀명을 직접 언급하면서 르세라핌은 극심한 피해를 입게 됐다.
그러나 해당 의혹은 상당 부분 왜곡된 것으로 뒤늦게 드러났다. 지난달,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낸 '기획사 지위보전 및 광고계약 체결 등 금지' 가처분 신청에서 법원은 민 전 대표가 제기했던 이 같은 주장들을 하나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과적으로 르세라핌은 확인되지 않은 논란들로 인해 무차별적인 비난을 받았던 셈이다.
갖은 주장 뒤에 가려져 있던 진실이 밝혀지면서, 르세라핌을 향한 응원도 이어지는 모양새다. 데뷔 2년 만에 민희진 전 대표 발 '불똥'의 피해자로 역경의 시간들을 감수했던 르세라핌은 힘들었던 시간을 이겨내고 자신들 곁을 지켜준 팬들과 함께 나아가겠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먼저 카즈하는 "저희가 첫 투어를 한지 2년 정도 지났다. 제 인생에서 처음 투어를 돌면서 우리를 응원해주는 사람들이 이렇게나 있구나 감동을 받았다. 이번에는 눈앞에 계시는 분들이 저희와 함께 시련을 겪어낸 소중한 사람들처럼 느껴져서 그때보다 더 깊어진 서로의 마음이 느껴진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고, 피어나도 우리도 수많은 밤을 겪어냈다고 생각한다. 기쁜 마음으로 편히 잠든 날도 있고 슬픈 마음으로 눈물을 흘린 날도 있었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들이 힘들어할 때 자신도 똑같이 힘듦을 느끼고 또는 그 사람들이 빛나고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자신도 똑같이 기쁜 것처럼 피어나도 저희와 함께 하면서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거다. 앞으로도 쉬운 길 아닐 수 있지만 저희 다섯 명이 이 팀에 진심이고 앞으로도 다같이 무대, 음악 할 거다. 사람마다 겪어야 하는 시련들이 있고 각자 다를 수도 있지만 앞으로도 저희가 계속 도전하는 모습을 보면서 피어나에게도 용기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지금까지 우리가 겪은 모든 과정이 르세라핌을 빛나게 해준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그때 이런 일도 있었구나' 웃으면서 르세라핌의 도전 기록을 피어나와 이야기할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홍은채는 "저는 17살에 데뷔해서 올해 성인이 됐다. 르세라핌으로서 느끼는 힘든 순간들과 기쁜 순간들 속에 모든 감정들이 저를 성숙하게 해주는 것 같다. 저희가 함께 걷는 길이 매번 꽃길일 순 없겠지만 가시밭길이 있기 때문에 꽃길이 더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해온 노력들을 피어나만큼은 알아주는 것 같아서 감사한 마음이다. 저희가 완벽하지는 못해도 늘 최선을 다하는 팀이 되도록 항상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채원은 "저희가 벌써 3년차다. 3년 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다. 기쁠 때도 같이 기뻐해주고, 슬플 때도 같이 위로해주셔서 잘 버틸 수 있었다. 저한테는 어떤 일이 있어도 피어나와 르세라핌이 서로가 있으면 어떻게든 이겨낼 수 있겠다 자신감이 생긴 시간이었다. 저는 저희에게 온 모든 순간들이 다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저희가 더 강해질 수 있는 좋은 기회들이었던 것 같다. 저희는 더 단단해졌고, 앞으로도 저희 일을 잘해낼 예정이다. 저희의 앞으로의 여정들도 같이 지켜봐달라"고 전했다.
허윤진은 "1년 전쯤에 제가 호텔방에서 회사분이랑 통화하면서 울면서 그런 얘기를 했다. '우리 앞으로 어떡해요? 앞이 있긴 할까요? 뭐가 진짜이고 가짜인지 모르겠어요' 이런 얘기를 했다. 정말 한 치 앞이 보이지 않았다. 근데 어떡하냐 해야 한다. 넘을 수 없는 벽과 마주했을 때 나아가야 하는 방향은 여전하더라. 그냥 계속 앞으로 나아가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었다. 피어나에게도 작년 1년이라는 시간 쉽지 않았을 것 같다. 저는 개인적으로 1년 동안 정말 다양한 감정선이 생겼던 것 같다. 형용할 수 없는 뒤섞인 감정들이 많았는데 정말 너무 힘들긴 했지만 포기하긴 이르고 억울했다"며 눈물을 보였다.
이어 허윤진은 "진주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아냐. 조개 안에 이물질이 들어가서 조개가 엄청 고통스러운 시간을 보낸 다음에 진주가 나온다. 그런 것처럼 이런 고통으로 나만의 진주가 만들어질 거라는 믿음과 힘든 시간과 증오에게 나의 사랑을 절대 잃지 않겠다는 다짐을 새기고 피어나를 지켜야겠다(고 생각했다)"며 "우리가 더 노력해서, 발전해서 사랑하는 것들을 지켜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지난 1년을 버텼다"며 재차 울컥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 "근데 이런 생각으로 어둠 속을 걷다 보니까 동굴이 아니라 터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됐고, 그런 빛의 줄기들이 보이면서 피어나의 사랑을 느끼고 멤버들과 더 끈끈해지는 사이를 느끼면서 까마득했던 길이 보이더라. 1년 뒤에 호텔방에서 했던 질문에 답이 이렇게 확실해질지 몰랐다. '뭐가 진짜에요?'라는 질문의 답은 이 공간에 모두 있다. 우리가 어렵게 우리의 열기와 같이 만들어낸 추억, 열정, 진심된 말과 언어, 온도 이런 것들이지 않나. 남들이 쉽게 뱉는 말이 아닌 우리가 어렵게 이뤄낸 것들. 그래서 저희가 드리는 사랑과 나누는 시간이 다 진짜니까 여러분들도 앞으로 힘든 시간이 온다면 오늘을 기억하고 앞으로 나아가시길 바란다. 언제나 꽃길을 걸을 순 없지만 언젠가 걸을 수 있게 나아가겠다. 지난 1년간 저희를 지켜주셔서 감사하다. 앞으론 저희가 지키겠다"고 덧붙였다.
사쿠라는 "르세라핌이라는 팀이 만들어졌고 피어나가 존재하는 게 정말 행운 같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완전 처음 아이돌을 시작한 게 2011년이라 올해부터 인생의 반 이상을 아이돌을 하고 있다. 시작할 때는 내 인생이 다 아이돌이 될지는 상상하지 못했던 일 같은데, 뒤돌아보니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건 다양한 순간들 덕분이라고 생각한다"며 팬들에게 감동받은 순간들을 언급했고, 그 과정에서 눈물을 쏟았다.
그는 "저한테는 큰 성공보다는 이런 소중한 순간들이 저한테 더 힘이 되는 것 같더라. 아무것도 아닌 저를 빛나게 해준 건 팬분들 덕분이다. 너무 흔한 말이지만 감사하다고 전하고 싶고, 사랑한다. 제 마지막 아이돌이 르세라핌이라서 다행이다. 정말 너무 좋은 팀을 만났다고 생각해서, 앞으로 더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고 덧댔다.
가혹했던 시간들을 더 단단해지는 성장의 발판으로 삼은 르세라핌은 더 가열차게 나아갈 전망이다. 인천 공연 후 나고야, 오사카, 기타큐슈, 사이타마, 타이베이, 홍콩, 마닐라, 방콕, 싱가포르 등지에서 월드투어를 이어가며, 9월에는 데뷔 후 처음으로 북미투어에 나설 예정이다.

사진=쏘스뮤직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