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신서영 인턴기자] 국제프로축구선수협회(FIFPRO)가 김민재(바이에른 뮌헨)를 예로 들며 선수 혹사에 대한 경고를 날렸다.
FIFPRO는 16일(한국시각) 소셜미디어를 통해 "김민재는 올 시즌 내내 아킬레스건 통증을 안고 뛰고 있다. 현재까지 클럽과 대표팀 경기를 합쳐 55경기를 소화했다"며 "국제 경기 출장만 20차례로 이동 거리는 무려 7만 4000km에 달한다. 이는 지구 둘레의 거의 2배에 해당하는 수치"라고 밝혔다.
이어 "김민재가 앓고 있는 아킬레스건염은 과도한 경기 출전으로 인한 부상이다. 우리의 예상에 따르면 그는 올 시즌 70경기 이상을 출전할 것으로 보인다"며 "올 겨울 동안 그는 20경기를 연속으로 뛰었으며, 경기 간 평균 휴식일은 3.7일에 불과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올 여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예선과 클럽 월드컵 일정까지 고려하면 휴식 시간이 충분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김민재의 사례는 경고다. 안전장치 없이 혹사가 반복될 경우 악영향이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민재의 부상은 이미 지난해부터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프랑크푸르트전에서 아킬레스건 부상을 입었다. 통증을 안고 계속해서 선발로 나섰던 김민재는 직접 휴식을 요청하기도 했다. 그러나 뮌헨은 부상자가 속출한 팀 사정상 장기간 휴식을 부여하지 못하고 재활과 출전을 반복시켰다.
이에 김민재는 지난달 열린 2026 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7, 8차전에도 소집 해제되며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당시 홍명보 감독은 "선수가 발목 통증을 느끼고 있으나 뮌헨은 출전을 감행했다. 우리가 중요한 경기에서 핵심 선수 없이 경기를 나가야 하게 됐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후에도 김민재는 휴식이 거의 없는 빡빡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정상적인 컨디션을 보이지 못했고, 결국 경기력이 저하됐다.
특히 지난 12일 분데스리가 도르트문트와의 홈 경기에서는 치명적인 실수를 범하기도 했다. 후반 3분 도르트문트의 역습 상황에서 막시밀리안 바이어를 놓쳤고, 바이어가 그대로 헤더슛으로 선제골을 터뜨리며 실점 빌미를 제공했다.
이날 한국프로축구선수협회(선수협) 역시 같은 입장을 발표했다.
선수협 김훈기 사무총장은 "FIFPRO 세계총회에서도 항상 선수 혹사 관련해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선수들이 한국 선수다. 손흥민 선수가 대표적이고 김민재, 황희찬 등 FIFPRO가 늘 혹사 문제로 예의주시하는 선수들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상황"이라며 "김민재의 부상은 단순히 개인의 희생이나 팀 사정으로만 설명될 수 없다. 이제는 선수들이 과도한 경기력 요구 속에서 무너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두가 직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단기간에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축구 산업 구조 속에서 선수의 몸은 상품화되고, 결국 부상과 조기 은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된다"며 "우리는 이 순환을 반드시 멈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FIFPRO가 공개한 내용에 대해선 "김민재는 세계적인 무대에서 한국 축구의 자존심을 지켜온 선수지만, 정작 가장 필요한 순간에 쉬지 못했다. 국내에서도 K리그와 WK리그 선수들 다수가 유사한 상황을 겪고 있다. 선수의 건강을 비용이 아닌 '기본 권리'로 인식하는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며 "FIFPRO의 지적은 한국 축구에도 매우 유의미한 경고다. 선수들이 더 오래, 더 건강하게 뛸 수 있는 구조가 없다면 결국 한국 축구 전체의 경쟁력이 무너진다. 지금이 마지막 기회라는 생각으로, 선수협은 선수 건강권을 지키기 위한 행동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김민재의 혹사 일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는 한국 대표팀으로 6월 초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3차 예선 9, 10차전에 나선 뒤 뮌헨으로 복귀해 6-7월 미국에서 열리는 클럽 월드컵에 참가해야 한다.
이후에도 회복할 시간은 많지 않다. 클럽 월드컵 직후 프리시즌이 시작되고, 분데스리가는 8월 말 재개된다. 이보다 일주일 앞서 독일 슈퍼컵도 개최되며, 뮌헨은 이 대회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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