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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의 기술' 이제훈, 사람 마음과 인생을 배우다 [인터뷰]
작성 : 2025년 04월 17일(목) 07:00 가+가-

협상의 기술 이제훈 / 사진=컴퍼니온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배우 이제훈은 스스로 "가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드라마 '시그널'과 '모범택시', '수사반장 1958'에 이어 기업 인수합병(M&A)이라는 다소 낯선 소재를 다룬 '협상의 기술'마저 흥미롭게 그려낸 그의 매력은 무궁무진하다.

이제훈이 M&A 팀장 윤주노로 분한 JTBC 토일드라마 '협상의 기술'(극본 이승영·연출 안판석)은 전설의 협상가로 불리는 대기업의 M&A 전문가와 그 팀의 활약상을 담은 작품이다. 첫 회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3.3%로 출발해 점점 우상향을 그리더니, 최종회가 10.3%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제훈이 연기한 윤주노는 '협상계의 백사(白蛇)'로 불리며 기업과 기업 간의 문제에서 일어나는 수많은 일들을 해결하는 천부적인 협상가다. 멀리서도 눈에 띄는 백발이 특징이다.

이제훈은 윤주노의 백발을 표현하기 위해 매번 촬영을 할 때마다 3시간씩 일찍 와서 분장을 받았다고 밝혔다. 그는 "분장을 하는 것이 녹록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캐릭터가 주는 외적인 이미지가 주는 강렬함이 있었다. 그걸 제가 소화를 했다는 점에 있어서 저는 만족하고 있다"며 "그리고 이런 모습을 내가 다른 작품에서 또 할 수 있을까 하면 할 수 없을 것 같다. 이 작품이 유일할 것 같고, 그런 백발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보여드리려면 제 나이가 한 70, 80살은 돼야 가능하지 않을까. 그래서 윤주노를 만나 이런 외형적인 모습을 남길 수 있어서 개인적으로 되게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그는 분장 방법에 대해 "가발 같은 것도 준비하고 도포도 하고 정말 여러 가지 시도를 해서 백발을 만들었다. 저는 솔직히 그 3시간 동안 분장을 받는 부분에 있어서 그래도 가만히 버티면 되는데, 우리 분장팀이 정말 각고의 노력을 많이 해 주셨다. 그러니까 저는 너무나 감사할 따름이다"라며 "해체하는 과정도 그냥 간단하지가 않다. 되게 세심하게 만져주셨다. 심지어 촬영을 다 마치고 편집을 하는 과정에 있어서 후반 작업팀이 디테일하게 보정까지 해 주셔서 시청자들이 보셨을 때 조금 이질감이 있거나 이상하게 보이지 않게끔 작업을 해 주셨다. 그래서 윤주노라는 인물이 시청자분들께 자연스럽게 다가가지 않았나"라고 감사함을 표했다.

백발을 제외한 안경 등 나머지 스타일링은 이제훈의 의견이 들어간 것이었다. 이제훈은 "윤주노라는 인물은 안경을 썼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것도 굉장히 얇은 무테였으면 좋겠다 해서 썼는데 저는 원래 안경을 쓰지 않는다. 쓰다 보니까 안경이 계속 내려가거나 움직이더라. 그래서 계속 고쳐 쓸 수밖에 없었다. 그 고쳐 쓰는 과정에 있어서 그게 캐릭터적으로 효과적일 수 있지 않을까란 연기적인 방향성이 생겼다"며 "윤주노가 감정적인 동요가 없고 굉장히 드라이하고 차분하고, 목소리도 크게 내지도 않고 항상 일관된 모습이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좀 녹이면 효과적이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밝혔다.

협상의 기술 이제훈 / 사진=컴퍼니온


안판석 감독은 어떤 디렉팅을 해줬는지 묻자, 이제훈은 "감독님을 만나 정말 놀랐던 게, 모든 배우들에게 디렉션을 주는 부분에 있어서 '배우가 이미 정답을 알고 있다.' 그래서 지켜봐 주신다. 배우가 다른 캐릭터들과 만났을 때의 상황, 어떤 융합을 통한 화학 작용을 그냥 지켜봐 주시면서 그런 것들을 현실에서 보여줬을 때 진짜처럼 느껴지느냐, 안 느껴지느냐를 가장 중요한 포인트로 생각을 하시고 카메라에 담아주신다. 그래서 저는 윤주노란 인물의 삶을 더 깊게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고 답했다.

이어 "그냥 어느 정도 대사 외우고 현장에서 감독님이 디렉션 주시는 대로 조율을 하면서 연기하면 되겠지가 아니라, 정말 그 인물로서 사고하고 느끼고 표현을 해야지만 인물이 탄생할 수 있구나란 것을 이 작품을 통해서, 배우로서 일깨워지는 부분이 굉장히 컸다"고 덧붙였다.

특히 "저와 김대명 선배님 같은 경우는 감독님과 처음 하는 입장에 있었다. 현장에 왔을 때 배우들이 이미 엄청나게 준비를 많이 해왔다 보니까 제 입장에서는 긴장을 할 수밖에 없었다. 준비가 되어 있지 않으면 여기서 뭔가 해낼 수가 없는 상황인 거다. 그래서 대본을 정말 많이 봤고, 윤주노가 어떻게 표현을 하는지에 대한 계산과 방향성들을 나름 되게 철저하게 준비하고 가서 현장에서는 오히려 여유롭고 편한 모습으로 배우분들과 만나면서 연기를 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드라마 '봄밤', '밥 잘 사주는 예쁜 누나' 등을 연출한 안판석 표 멜로에 참여하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이제훈은 "감독님의 사랑 이야기에 제가 한번 투영이 되면 좋지 않을까. 저도 감독님의 그 무드와 결을 정말 좋아하기 때문에 사랑 이야기로 한번 만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제훈은 이번 '협상의 기술'을 통해 지난 2021년 설립한 연예기획사 컴퍼니온의 대표로서도, 그리고 인간적으로도 배운 점이 많았다고 이야기했다. 그는 "누군가와 협상을 한다든지, 이야기를 할 때 뭔가 내가 불합리하거나 좀 부당하다는 생각이 들면 인상이 찌푸려지거나 감정적인 게 도출되는데 그런 업앤다운이 결국 좋은 결과로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런데 윤주노처럼 그렇게 하는 건 또 쉽지 않다. 그래서 이 캐릭터를 통해서 저는 또 한번 인생을 배우고 진짜 윤주노처럼 하면 못해낼 것이 없겠구나란 생각이 든다"며 "그럼 그 태도와 그 방향성이 무엇이냐는 근간을 봤을 때 결국엔 진실성이더라. 진심을 가지고 상대방과 소통을 한다면 저는 못해낼 것이 없다는 생각을 이 작품을 통해서 더 크게 깨달았다"고 말했다.

최근 여러 작품에서 강렬한 액션 연기를 보여줬다면, 이번에는 정적인 모습으로 시청자를 만났다. 이제훈은 그 차이에 대해 "참 그런 부분에 있어서 사람이 간사하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 같다. 제가 영화 '탈주'를 찍었을 때는 이런 건 도저히 못하겠고 차라리 점잖게 말 많이 하는 작품을 하는 게 낫지 않을까 했다. 그런데 이번 작품을 통해서 정적인 연기, 눈빛으로 보여주는 게 정말 어렵다는 걸 느꼈다. 그러니까 한편으로는 차라리 몸 쓰는 게 낫지 않나 생각한다. 마치 여름에 겨울이 생각나고 겨울에 여름이 생각나는 것처럼"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협상의 기술 이제훈 / 사진=컴퍼니온


'협상의 기술'을 마친 이제훈은 현재 tvN '시그널' 시즌2와 SBS '모범택시' 시즌3를 동시에 촬영하며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는 두 작품을 향한 기대를 한껏 높이면서도 "병행하는 스케줄이 정신없다"고 털어놨다. 이어 "하지만 대본이 정말 재밌으니까 지금은 몸이 힘들어도 마음은 정말 좋다"고 밝혔다. 또한 "제 개인 시간이 없다. 저는 일단 두 손 두 발 놓고 있다. 제작사들이 저를 가지고 조율을 하고 있는 상황을 보면서 역시 저한테 있어서 가장 중요한 롤은 배우로서의 포지션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바쁜 생활 중에도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집에 있는 러닝머신으로 운동을 하며 건강한 생활 패턴을 유지하고 있다. 또한 "먹는 걸 잘 챙기려 한다. 아침에 녹즙에 올리브 오일을 뿌려서 먹거나, 토마토 주스를 마신 지 1년이 넘었는데 올리브 오일까지 뿌려서 먹는다, 그게 아침이든 아니든 데이 루틴이 됐다. 사과도 30년 이상을 꾸준히 먹고 있다. 요즘에는 헤비하게 먹으면 부담스러울 수 있으니까 사과를 반 개로 줄였다"고 밝혔다.

이제훈은 후속작으로 오는 6월 영화 '소주전쟁'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협상의 기술'과 마찬가지로 기업 경영을 소재로 한 작품이다. 이제훈은 "국내 작품뿐만 아니라 외국 작품, 특히 미국 드라마와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이다. '빅쇼트', '더 울프 오브 월 스트리트', '마진 콜' 등 기업이나 금융 범죄 등을 소재로 한 이야기를 보면서 재밌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작품이 더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소주전쟁'도 그렇고 '협상의 기술'도 그렇고 이런 소재의 작품들이 나왔다는 게 고무적이고 안 할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이제훈은 여러 작품에서 주연을 맡으면서 무게감과 책임감도 느끼고 있다며 "시청자분들이나 관객분들을 만날 때 그런 두려움과 걱정이 많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창작자로서, 배우로서 뭔가 펼치고 싶은 모습들이 제 안에 강한 욕망으로서 도전으로 나오다 보니까 한편으로는 너무나 운이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또 저의 의견을 받아주시고 만들어 주셔서 감사하고 그래서 더 잘 해내고 싶다. 배우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프리 프로덕션, 프로덕션, 그리고 포스트 프로덕션, 홍보와 마무리까지 다 잘 해내고 싶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가성비 괜찮은 배우'라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이제훈은 "협상이나 이런 것들을 생각할 필요 없이 믿고 쓰셔도 되는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 다들 어떤 가격을 생각하는데 그런 가격보다 가치 있는 배우가 되고 싶다. 그리고 이것이 끝이 아니라 앞으로도 계속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배우로서 중요한 가치란 어떤 것인지 묻자, 이제훈은 "사람들이 작품을 봤을 때 뭔가 의미 있는, 그러니까 '내가 왜 이 돈과 시간을 들여서 이걸 봤지? 짜증 나'라는 게 최소한은 없었으면 좋겠다. '그래도 너무 즐거웠어. 재밌더라. 또 돌이켜서 보니까 이런 의미가 있었구나.' 그리고 시간이 지나서도 꺼내 봤을 때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저한테 있어서는 배우로서의 가치 있는 방향성인 것 같다. 앞으로도 그게 지속되기를 바라고, 궁극적으로 그렇게만 된다면 인간 이제훈으로서의 행복이 그보다 더 할 수는 없을 것 같다"고 답했다.

협상의 기술 이제훈 / 사진=컴퍼니온



[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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