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김태형 기자] '무한도전' 20주년 마라톤 행사, 그리고 '도라이버'로 부활한 '홍김동전'에는 공통점이 있다. OTT와 손잡고 시도했다는 점 외에도 그 중심에는 팬들이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수많은 예능 프로그램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일반적으로 한 해 동안 예능 수십 편씩 쏟아지는데 그중에서 오래 자리 잡는 프로그램은 손에 꼽는다. 시청자들에게 강하게 어필하기 쉽지 않고, 고정에 성공했다 하더라도 방송사들은 시청률과 화제성 부진 등 다양한 이유로 프로그램을 폐지하는 경우가 많다. 파일럿만 시도했다가 정규 편성이 되지 않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요즘 예능들은 시청자를 끌어들이는 것만큼이나 고정 팬층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넘쳐나는 콘텐츠 시대에 팬들의 지지만큼 강력한 무기가 없다. 지난 2022년 첫 방송된 KBS2 '홍김동전'이 좋은 예시다. '홍김동전'은 동전으로 운명이 체인지 되는 피땀 눈물의 구 개념 버라이어티로, 홍진경, 김숙, 조세호, 주우재, 장우영이 출연했다.
시청률은 닐슨코리아 전국 기준 1%대로 줄곧 고전했으나, 충성도 높은 팬층을 확보하는데 성공했다. 수차례 프로그램 폐지설이 나왔을 당시 팬들이 트럭 시위로 항의하고 폐지 반대 청원을 했으며, 제작진과 출연진에게는 응원의 메시지로 커피차를 보내 화제를 모았다. 끝내 KBS에서는 폐지됐지만 박인석PD가 넷플릭스에서 '도라이버: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란 제목으로 부활시킬 수 있었던 데는 팬들의 공이 컸다.
박 PD는 "사실 폐지라는 사형 선고가 내려졌던 프로그램이었다. 다시 부활하는 경우는 대한민국 방송 역사에 거의 없던 일인데 여기까지 멱살을 잡고 이끌어준 팬들 덕분"이라고 말했다.
'홍김동전'이 팬들의 열렬한 성원을 받으며 '도라이버'로 부활했다면, '무한도전'은 20주년을 맞아 팬들과 함께하는 특별한 행사를 개최한다. 또한 MBC는 최고의 에피소드 투표, 재방송 편성, 홈페이지 개편 등 다양한 콘텐츠로 팬들과 함께 '무한도전' 20주년을 자축했다.
먼저 '무한도전 Run with 쿠팡플레이'는 오랜 시간 팬들과 함께해온 '무한도전'을 현실로 꺼내온 특별한 축제로, '무한도전'의 감성과 달리는 즐거움을 동시에 담아낸 러닝 이벤트다. 박명수와 하하가 출연을 확정 지었으며, 특별 공연 무대로는 코요태, 지누션, 하하·스컬 등 '무한도전' 팬들에게 반가운 얼굴들이 함께할 예정이다. 오프라인 이벤트를 넘어 '무한도전' 팬들을 위한 콘텐츠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지닌다.
MBC는 지난 1일부터 8일까지 '무한도전' 톱20 에피소드를 가리는 투표를 진행했다. 투표 결과를 바탕으로 MBC플러스는 21일부터 MBC에브리원과 MBC M에서 레전드편을 재방송한다. 앞서 유튜브 채널 '오분순삭'은 2025 무도 일력을 최초 공개하며 화제를 모은 바 있다. 또한 지난해 12월에는 '무한도전' 멤버들이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홍김동전'과 '무한도전' 모두 팬들이 보내준 성원을 잊지 않는 자세로 귀감이 되고 있다. 이제 그 보답을 받고 있다. '홍김동전'은 '도라이버'라는 이름으로 넷플릭스에서 공개 후 대한민국 톱10 1위에 올랐으며, '무한도전' 일력은 교보문고 사이트에서 예약 판매가 시작된 지 15분 만에 사이트가 마비될 정도로 인기를 자랑했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덤이 남아 있다는 것은 연령대가 있는 시청자들도 볼 수 있는 콘텐츠라는 이야기"라며 "여전히 그때의 향수를 자극하는 콘텐츠라는 점에서 주목받는 것이라고 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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