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분하지만 진중한 분위기가 느껴졌다. 인터뷰 내내 '정년이' 홍주란의 모습이 엿보였다.
최근 종영한 tvN 토일드라마 '정년이'(극본 최효비·연출 정지인)는 1950년대 한국전쟁 후를 배경으로, 최고의 국극 배우에 도전하는 '타고난 소리 천재' 정년이(김태리)를 둘러싼 경쟁과 연대, 그리고 찬란한 성장기를 그린 드라마다. 작품은 최종화에서 자체 최고 시청률 16.5%를 기록하며 유종의 미를 거뒀다.
우다비는 "햇수로 2년 정도 긴 호흡으로 달려온 작품이다. 많은 분들의 관심 속에서 종영하게 돼 더없이 행복하고 감사한 시간이었다"며 "마지막 회를 보는데 마치 국극단 생활이 끝난 것처럼 느껴지더라. 뭉클한 느낌이 들었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다비는 극 중 정년이의 가장 친한 친구 홍주란 역을 연기했다. 내성적이고 소심하지만 정년이를 가장 아끼고 힘이 되어주는 인물을 열연했다.
오디션을 통해 캐스팅 됐다는 우다비는 "4번 걸쳐 감독님을 뵙고 캐스팅이 됐다. 부담감 보다도 잘하고 싶다는 마음이 더 컸다. 홍주란은 선한 인물인데, 이전 작품들에서는 주로 인상이 강한 역할을 했었다. 처음에는 이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까 의심이 있었다. 감독님과 미팅을 거치면서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런 인물을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 간절했다"고 말했다.
특히 "저에게도 변신이었다. 선역을 하다가 악역이 되는 변신을 많이 하는데, 저는 새침한 역할을 주로 하다가 천사같은 역할을 해서 저로서는 큰 도전이었고 변신이었다. 저한테는 폭이 넓어진 것 같아서 굉장히 뿌듯했다"고 얘기했다.
정년이 우다비 / 사진=nCH엔터테인먼트 제공
무엇보다도 '소리'는 모든 국극 역할 배우들의 기본 자질이었다. 우다비는 "감독님이 오디션 보는 사람들에게 모두 '남한산성'을 준비해오라는 미션을 주셨다. 저의 소리를 들으시고 감독님이 '독특하게 준비를 해왔다'더라. 소리를 해본 적이 없어서 듣고 따라 해본 거라 가요도 아니고 소리도 아닌 것 같다며 독특해하셨다. 그때 저한테서 주란이 같은 면을 보셨다는 말을 들었다. 그런 면모를 발견해 주신 게 저한테는 기쁘고 감사하게 다가왔다"고 얘기했다.
우다비는 개인 맞춤형 선생님을 통해 소리 레슨을 받았다고 한다. 그는 "배우들에게 각각 목소리 톤, 분위기가 비슷한 선생님을 배정해 주셨다. 촬영 기간 총 1년 넘게 연습했다. 수없이 매일 연습하고, 레슨을 했기에 좋은 장면을 만들 수 있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저희끼리도 경쟁을 하듯히 모여서 소리를 해보고, 산 가서 연습도 하고 그랬다"고 회상했다.
우다비의 노력이 빛을 발하는 극 중 장면은 '자명고' 무대였다. 구슬아기 역으로 수준급 소리와 연기를 선보여 호평받았다. 그는 "저는 아무런 기초가 없으니까 자존감이 낮아지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것을 이겨내고 좋은 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어서 뿌듯했다. 또 그 이상으로 감독님이 잘 끌어내주셔서 감사했다"고 쑥스러워했다.
"정년이(김태리)와 연습하는 장면은 실제로도 많이 떨리는 장면이었어요. 가까이서 연기를 했는데 저도 정년이를 보려고 하니까 떨림이 있었고 숨소리도 크게 느껴지는 장면이었죠. 영서(신예은)와의 장면도 정말 연습을 많이 했어요. '자명고'를 특히 제일 많이 연습을 했었는데, 덕분에 완벽한 호흡으로 무대를 할 수 있지 않았나 싶어요".
정년이 우다비 / 사진=nCH엔터테인먼트 제공
우다비는 '정년이'에서 선배 배우들과 호흡하고, 그들의 연기를 지켜보면서, 배우로서 많은 가르침을 얻었다고 한다.
시청자들의 눈시울을 붉혔던 정년이의 떡목 장면, '추월만정' 장면도 우다비에게 울림을 안겼다. 그는 "떡목 장면은 섬세하게 길게 찍었다. 체감상 50번은 족히 될 것 같은 모든 컷들에 정말 진심으로 하고 쓰러지더라. 그것을 보면서 김태리 선배가 진짜 정년이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저렇게 노력을 해서 모든 장면을 해서 탄생하니, 나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에 불을 지폈다"고 말했다.
이어 "'추월만정'은 대본으로만 상상했는데, 방송을 보니 더 크게 느껴지더라. 감독님의 연출에도 감탄하고, 연기와 풍경 모든 게 완벽했었다고 느껴져서 '정년이'를 보면서 처음으로 눈물을 흘리게 됐다"고 전했다.
'정년이' 전체 마지막 촬영도 그에게 남다른 의미로 남았다. 우다비는 "실제로도 마지막 촬영은 '쌍탑전설'이었어서 성대하게 마무리한 것 같다. 다 끝났다는 생각에 다 같이 사진도 찍고 그랬다. 의미가 있는 마지막 촬영이었다"고 희미하게 미소 지었다.
"'정년이' 홍주란을 만나 연기적으로 성장했어요. 호흡을 맞추고 싶었던 김태리, 라미란, 신예은 등 선배들에게 많은 것을 배웠죠. 제가 제 한계를 넘어설 수 있었어요. 공들여 찍었다는 느낌이 잘 어울리는 작업이었어요. '정년이'는 저의 25~26살을 거친 작품이에요. 20대 중반에서 가장 많은 것들을 배우게 해 줬죠. 선배님과 호흡하면서 연기하는 방식, 현장에서의 에티듀드, 연기를 할 때 전체적인 그림을 보고 해야 하는구나를 크게 느꼈어요. 저에게 좋은 기회였어요".
정년이 우다비 / 사진=nCH엔터테인먼트 제공
'정년이' 에필로그에서 그랬듯 별들은 흩어져 어디선가 빛을 내고 있다. 드라마 속 국극 배우들의 이야기이지만, 실제 배우들의 이야기기도 하다.
우다비도 에필로그에 공감하며 "그 시대의 예술이 사치라고 생각됐을 텐데, 자신만의 길을 찾아간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만약 그 시대의 저라면 꿈도 못 꿨을 것 같다. 에필로그에서 우리 어려운 시기를 살았던 예술에 대한 존경이 들어 뜻깊게 보게 됐다"고 말했다.
"어릴 때부터 영화를 보는 것을 좋아했다"는 우다비에게도 배우는 꿈이었다. 그는 "연기에 대한 동경이 있었다. 예술고등학교를 갔고, 자연스럽게 대학교도 연기과를 전공했다. 운이 좋게 시작을 하게 됐는데, 연기를 전공하면서도 내가 티비에 나오는 배우가 될 수 있을까 생각도 못했었다. 좋은 기회, 운이 좋았고 연기를 할 수 있게 돼 언제나 최선을 다하는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고 눈을 빛냈다.
지난 2019년 데뷔 후 '인간수업' '멜랑꼴리아' '조선 정신과 의사 유세풍2' '마에스트라', 첫 주연작 '정년이'를 만나기까지 꾸준히 달려온 그다. 우다비는 "더 많은 배우와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최근에 'Mr. 플랑크톤'을 보고 있는데, 이유미 선배의 연기 스타일이 자기만의 기법을 찾아 얘기하시는 것 같아 저렇게 연기해보고 싶다는 느낌이 들었다. 함께 호흡을 맞춰보고 싶다. 저도 누군가의 귀감이 되고 싶다"고 얘기했다.
"올 해는 뿌린 씨앗을 거둘 수 있는, 열매를 수확하는 해인 것 같아요. 앞으로 캐릭터를 가리지 않고, 잘 소화할 수 있는 배우가 되는 게 꿈이에요. 역할로 기억되는 배우가 되고 싶어요. 롤모델이요? 없지만 장국영 배우처럼 존재만으로도 어떤 정서를 전달하고 싶은 배우가 되고 싶어요".(웃음)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