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자는 26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이미자 전통가요 헌정 공연 '맥(脈)을 이음'' 첫 날 공연을 개최했다.
'맥(脈)을 이음'은 이미자가 전통가요에 대한 존경과 애정의 마음을 담아 개최하는 헌정 공연이다. 특히 이번 공연은 이미자가 가수로서 오르는 마지막 무대로 의미가 남다르다.
66년간 전통가요에 대한 소신을 지켜온 이미자는 후배 가수 주현미, 조항조와 '미스트롯3' 진 정서주, '미스터트롯3' 진 김용빈과 함께 무대에 올랐다. 진행은 방송인 황수경이 맡았다.
이미자는 '노래는 나의 인생'을 부르며 공연이 시작됐다. 이어 주현미, 조항조, 정서주, 김용빈도 함께 무대에 올라 다섯 사람이 함께 무대를 꾸몄다.
이어 후배들이 공연 참여 소감을 전했다. 주현미는 "정말 가슴 떨렸다. 선생님 40주년 등 기념하는 무대에 참여했었는데 이번 공연은 특히나 전통가요를 쭉 이어갈 후배들을 선배님께서 지목을 해서 초대해 주신 거라 엄청 떨린다. 그때 그 떨림과 설렘과 감사함이 꿈인가 싶다. 너무 행복했다"고 말했다.
조항조 역시 "저도 떨렸다. 좀 서글프기도 했다. 선생님 마지막 공연일지도 모른다는 얘기를 들어서 슬펐다"면서 "가문의 영광이었다. 훌륭한 가수분들이 많은데 저를 지목해주셔서 2등으로 살고 있는데 저를 1등으로 만들어주셔서. 제가 1등을 해본 적이 별로 없다. 정말 감사드린다"고 밝혔다.
김용빈은 "어릴 때 처음 불렀던 음악이 이미자 선생님의 '동백아가씨'였다. 데뷔한지 22년이 됐는데 선생님을 한 번 도 만나뵌 적이 없었다. 제 소원이 이미자 선생님을 가까이서 보는 게 소원이었다. 이번에 선생님이 초대해주셔서 가까이서 뵈니까 무서운 선생님인 줄 알았는데 너무 따뜻하시고 손자처럼 해주시는 걸 보고 감동받았다. 그래서 앞으로도 선생님처럼 전통가요의 뒤를 잇는 가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정서주는 "이미자 선생님께서 초대해주셨다는 얘기를 듣고 믿기지가 않았다. 감격스러웠다. 제 이름을 기억해주신 것만으로도 너무 감사하고 영광이었다. 오랫동안 전통가요의 길을 닦아오신 선생님과 함께 무대에 설 수 있는 것만으로도 영광스럽고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이미자는 네 사람을 초대한 이유를 밝혔다. 그는 "저는 걸어온 길이 오래됐지만 굉장히 어려웠다. 외롭고 고달픈 일이 많았다. 전통가요를 어떻게 끝까지 지켜야할까. 아마도 저의 대가 끝나면 전통가요는 사라질 것이라는 걸 생각했을 때 굉장히 외롭고 마음이 그랬다. 이번에 맥을 잇는 공연이라 해서 저는 언제부터 콘서트를 못하겠는데 은퇴라는 말이 너무 단적인 이야기가 돼서 그런 얘기는 아니고 내가 못할 때 되면 그만 둬야지. 내 혼자 마음으로 가지고 있었다. 이 마지막 공연 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신 제작자가 계셔서 그 뜻을 이어받아서 그러면 우리 전통가요, 나라 잃은 설움에 아팠던 기억들을 이 노랫말에 표현할 수 있지 않나. 이걸 이어갈 수 있는 후배가수들이 누군가. 많이 있다. 그러나 제일 먼저 주현미 씨, 조항조 씨가 생각이 났다. 그리고 이번에 전통트롯으로 데뷔한 김용빈하고 정서주, 이 사람들이 주현미와 조항조의 뒤를 이을 사람이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청을 했는데 과연 응해줄 수 있을까 했는데 지금 들어보니까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해서 다행이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전통가요를 잘 부를 수 있는 가수는 발라드라든가 가곡이라든가 다른 분야 곡들도 충분히 부를 수 있다. 그러나 다른 분야의 가수는 이 전통가요를 그대로 못 부른다는 걸 제가 자부하면서 말씀 드릴 수 있다. 이 노래들을 이어가야 되는데 끊길 것 같은데 다행히 주현미, 조항조 씨가 이어가려는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우리 꼬마들에게 대를 물려줄 수 있는 사람이 생겼으니까. 한 세대에만 물려주는 게 아니라 쭉 이어줄 수 있는 무대를 마련하려고 노력했다. 잘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특히 이미자는 지난달 기자회견을 통해 마지막 콘서트라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대해 이미자는 "정리를 하자면 레코드 취입을 더 안 할 것이며, 개인 콘서트는 못 하겠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한다. 제가 은퇴라는 말을 안 하는 이유는 이렇게 훌륭한 후배 가수들이 많은데 옛날에 어떤 노래가 어떤 식으로 불려졌다는 걸 조언해줄 수 있는 그런 기회는 많이 있을 것 같다. 근데 은퇴라고 이야기를 해놓으면 TV에서 인터뷰로 조언해주러 나가면 '은퇴해놓고 화면에 또 나오네' 그런 식의 이야기가 나올 수 있기 때문에 은퇴라는 말이 나올 때마다 할 수 없이 괴롭고 그렇다. 제 본 뜻은 그렇다"고 설명했다.
이어 "(후배들과) 함께 어우러져서 후배가수 공연에 제가 찬조출연해서 한 곡이라도 부를 수도 있다. 감히 후배들이 저한테 찬조출연해달라고는 말을 못하겠지만 제가 자리를 봐서 후배들을 일으켜 세워주려면, 제가 필요하다면 그것도 기꺼이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계속해서 후배들이 헌정하는 무대가 이어졌다. 주현미는 '아씨' '여자의 일생'을, 조항조는 '흑산도 아가씨' '여로', 정서주는 '눈물이 진주라면' '황포돛대', 김용빈은 '아네모네' '빙점'을 불렀다.
66년 가수 인생 동안 560여 장의 앨범을 내고, 2600여 곡을 부른 이미자는 자신이 직접 고른 히트곡을 불렀다. 데뷔곡 '열아홉 순정'을 시작으로 '황혼의 부르스' '기러기 아빠'를 선곡했고, 관객들은 이미자의 여전한 목소리와 가창력, 감정선에 박수 갈채와 함께 환호를 보냈다.
이어 후배 가수들의 무대가 재차 이어졌다. 조항조는 데뷔곡 '남자라는 이유로'와 '고맙소', 주현미도 데뷔곡 '비 내리는 영동교'와 '신사동 그사람', 김용빈은 나훈아의 '감사'와 태진아의 '애인', 정서주는 이미자의 '삼백리 한려수도'와 자신의 곡 '바람바람아'를 불렀다.
또 전통가요로 우리의 역사를 되짚어보는 시간도 가졌다. 조항조는 이애리수의 '황성옛터', 주현미는 백년설의 '귀국선', 정서주는 장세정의 '해방된 역마차', 김용빈은 신세영의 '전선야곡' 무대를 꾸몄다.
여기에 이미자가 다시 무대에 올라 후배 가수들과 함께 '가거라 삼팔선'을 부른 뒤, 홀로 '동백아가씨'와 데뷔 50주년 기념곡 '내 삶의 이유 있음은'을 부르며 압도적인 무대를 펼쳐보였다. 눈시울을 붉히는 관객들도 있었다.
이미자는 "저희 노래가 들으면 따분하다. 트롯을 하는 가수들은 참 힘들고 외롭다. 후배들을 위해서 많이 사랑해달라고 거듭 말씀 드리는 건 사실 들으면 신나는 게 별로 없고 따분한 느낌이 많이 든다. 요즘은 리듬을 바꿔서 하지만 오리지널로 하면 듣기 따분할 때가 많다. 그러니까 ('동백아가씨'로) 33주간 1등을 했어도 그것이 저는 소외감으로 쭉 보냈다고 말씀을 드릴 수 있다. 애절한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지 않으면 대중한테 어필하지 못한다고, 그런 걸 후배들한테도 '너희는 외로울 거야' 그런 얘기를 해준다"고 전했다.
또한 이미자는 "감기가 들어서 계속 콧물이 나온다. 솔직히 다 말씀 드리는 거다"라고 털어놨고, 황수경은 "이런 것도 인간적이다. 저도 뒤에서 코 많이 푼다. 좋다. 친밀감도 느낄 수 있고"라고 해 이미자는 "그렇게 생각해주시면 감사하겠다"라고 말했다. 황수경은 이어 "노래하는 공연으로서는 마지막이라는 말을 기자회견에서 여러 번 하시면서 공연장 오시는 마음들이 조금은 섭섭함도 있고 쓸쓸함도 느끼셨을 텐데 콧물 이야기 하셔서 분위기가 화기애애해졌다"고 덧댔다.
이미자는 마지막 공연을 마치며 팬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그는 "너무나 오래했지만, 고난도 많았지만 너무 행복하다. 저의 팬 여러분들한테 은혜를 입은 한 사람으로서, 그 은혜에 어떻게 말씀 드려야 할지 너무 감사하다는 말씀 이외에는 더 보탤 게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출연진 전원이 '섬마을 선생님'을 부르며, 관객들의 기립과 떼창 속에 이미자의 마지막 공연이 막을 내렸다.

사진=포스터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