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서울 CGV 용산아이파크몰에서 영화 '파과'(감독 민규동·제작 수필름) 언론배급시사회가 진행됐다. 행사에는 민규동 감독, 이혜영, 김성철, 연우진, 신시아 배우가 참석했다.
'파과'는 바퀴벌레 같은 인간들을 처리하는 조직에서 40여 년간 활동한 레전드 킬러 조각(이혜영)과 평생 그를 쫓은 미스터리한 킬러 투우(김성철)의 강렬한 대결을 그린 액션 드라마다. 일찌감치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 베를리날레 스페셜 섹션에 초청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파과 이혜영 / 사진=팽현준 기자
◆ 60대 킬러, 액션 누아르물
'파과' 감독은 60대 여성 킬러와 젊은 킬러의 과감하고 강렬한 액션신을 담은 파격적인 영화라 자신했다.
민규동 감독은 "처음엔 60대 여성 킬러가 등장하는 액션누아르물이라 생각했을 때 이건 불가능하다 싶었다"고 말했다.
이어 "모두가 만류할 것 같은 프로젝트라 생각했었다. 하지만 왜 불가능하다고 여길까, 무엇에 주눅 들어있고 왜 이런 이야기를 볼 수 없었을까란 장르적 쾌감이 얽혀있는 독특한 영화를 만들어볼 수 있겠구나 싶었다"며 "복수라는 외피가 있지만, 상실을 딛고 살아가야 하는 이유, 나이가 들었어도 쓸모와 가치를 찾아가는 삶의 의지를 담아낼 수 있겠구나 싶었다"고 제작 의도를 밝혔다.
원작의 결을 최대한 이어가며 에피소드 변주를 뒀다는 감독이다. 민 감독은 "원작 소설은 노년 심리를 독특하게 표현했다. 영화는 2시간이란 물리적 제약이 크다. 이야기로는 8분짜리로 트리트먼트 작업을 했었고, 등장하지 않은 투우의 과거, 젊은 조각부터 나이 든 조각부터의 삶을 각색하기도 했다"고 얘기했다.
또한 "소설은 많은 모티브를 확장시킬 수 있는 점들이 많았다. 에피소드를 찾아내는 재미가 있었다. 소설은 이렇게까지 주인공들이 자주 만나지 않는다. 영화에선 주인공들이 훨씬 많이 부딪히고, 비선형적인 플롯 구조를 취했다. 소설에서 반 정도 차지하는 과거 이야기를, 현실적인 이야기 진행과 함께 보여주는 독특한 연출방식을 취해봤다. 원작을 충실하게 재현한 것은 엔딩의 액션 부분이다. 조각이 한때 전설이었고, 여전한 전투력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게 중요했다. 30대 젊은 남성과 부딪히면서 힘에는 밀리지만, 공간과 지혜를 발휘해 끝내는 승부를 가져가는 지점들을 영화에 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민 감독은 "할머니 킬러라는 설정이 영화적으로 보고 믿겨야 했다. 저한테는 너무 기적 같아 의미가 크다. 낯설고 새로운 레시피의 음식이 선물로 전달되지 않을까 싶다"고 기대했다.

파과 김성철 / 사진=팽현준 기자
◆ 60대 킬러 이혜영X젊은 킬러 김성철의 아우라
이혜영은 60대 킬러로서 강렬한 액션을 소화했다. 김성철 역시 이혜영과의 기싸움에서 뒤지지 않는 액션합을 맞췄다.
배우 이혜영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상대를 제압하는 킬러 조각 역을 맡았다. 김성철은 젊은 킬러 투우 역을 맡아 조각과 격렬하게 충돌한다.
김성철은 "시나리오를 처음 봤을 때부터 마지막 조각과 투우의 전투까지의 빌드업이 중요하다 싶었다. 에너지가 응축돼 터져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실제로 이혜영 선배가 먼저 현장에 있었고, 1주일 전부터 촬영을 했다. 해 뜰 때부터 질 때까지 찍었다. 맞추는 합도 중요했었다. 영화 안에서 다 보이지 않았지만 더 많은 액션을 디자인하고 찍었었다. 그중에 좋은 것들을 선택해 더 다이내믹하게 나온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혜영 선배와 전우애가 생긴 것 같다. 최근에 가장 큰 기억은 이혜영 선배의 마지막 테이크다. 감독님이 오열을 하고, 저도 부등켜안고 울었다. 신기한 경험이었다. 마치 영화가 끝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액션들을 함께 하면서 전우애가 많이 쌓였다"고 회상했다.
이혜영은 "부상을 많이 입어서 성철이 고생을 많이 했다. 연습할 때는 스턴트와 연습하다 보니 과감하게 했는데, 막상 저와 부딪히니까 힘이 다르지 않나. 김성철은 아쉬웠을 것"이라며 "본 실력보다 훨씬 능력 있는 여성으로 나온 것은 맞는 것 같다"고 미소 지었다.
특히 "조각이라는 인물을 대했을 때 남들이 전설이라고 부르는 힘의 원천이 무엇일까 싶었다. 늙었다, 폐기물이다라는 것은 말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통념을 깬 인물이라고 생각한다. 한 인간으로서의 조각을 보여준다고 생각했지, 늙은 여자가?라는 생각은 안 했던 것 같다"며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다.

파과 신시아 / 사진=팽현준 기자

파과 연우진 / 사진=팽현준 기자
극 중 투우와 조각의 묘한 관계성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성철은 "사랑과 애증이란 감정처럼 일차원적으로 접근하지 않았다. 투우가 조각을 찾기 전까지 25년을 어떻게 살았을까란 상상을 해봤다. 상상을 하다 보니까 이 정신은 일차원적인 감정으로 동력이 생기는 것이 아닌, 목표가 생겨버린 것 같다. 이 사람 찾겠다다. 증오, 사랑한다는 감정보다는 내 목표에 도달했지만 마음이 공허하고 채워지지 않는 것을 채우려고 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혜영도 "조각한테 투우는 실수로 남겨둔 것일 뿐이다. 애증도 아니고, 자기가 저지른 실수를 정리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끝으로 민 감독은 "모든 영화들의 첫 선을 응원하고 있다. 물론 영화 시작할 때는 이혜영과 마동석의 영화가 같은 날에 개봉할 것이라 생각은 못 했다. 또 '범죄도시4'에서 마동석과 김무열의 싸움이 아직 끝나지 않은 듯, 또 만나는 악연을 보니까 재밌다"며 "극장 관객들이 예전에 비해 많이 줄어들었다. 극장만이 주는 체험들이 어느때보다 풍성한 시간들이 됐으면 좋겠다"고 극장가 부흥을 염원했다.
'파과'는 오는 30일 개봉된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